비 내리는 날에

청하 권대욱

비가 내립니다
넓은 들판에 말없이 내립니다
바라보는 내 속내에도 그렇게 내립니다

저렇게 내리는 빗속을 혼자 걷고 싶어집니다
추적 이는 저 길을 걸어가노라면
나는 조그마한 우산을 힘겹게 들고가는
작은 소년이 되어집니다

그날은 수없이 만들어지는 동그라미
아마도 태초의 의문 같은
그 파문에 갇힌 나를 바라봅니다

내 존재를 둘러싼 물방울들의 둥근 벽을
언젠가는 벗어나야 하겠기에
오늘도 묵묵히 그 빗속 길을 걸어갑니다

파르르 번개가 보이더니
내 가슴을 뒤흔드는 천둥이 울립니다
왠지 두려운 마음에 앞을 바라보지만
그곳에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도 나는 키 작은 소년이 되어
그 길을 말 없이 걸어갑니다
그날까지는 그냥 아무 말 없이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