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테러집단이라면 上海임정도 테러집단인가”


강정구(사진)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가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인질을 납치한 탈레반과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동일시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 교수는 31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에서 열린 ‘통일학교’ 강연회의 강사로 참석해
“탈레반이 테러 집단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상하이임시정부도 테러 집단이라고 봐야 하나”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강 교수가 “한반도 역사에 미국이 개입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강연을 하던 중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인 피랍 사태와 관련해 “탈레반이 인질을 교환하지 않은 것은
미국이라는 제국주의가 테러국가와 협상을 안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라며 덧붙였다.

강 교수의 발언은 탈레반이 한국인들을 납치했고 이 중 2명을 살해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강 교수의 발언과 관련해 “정통성을 갖고 나라를 침략한 주역이나
군인을 상대로 저항했던 상하이임시정부와 민간인까지 납치해 살해한 탈레반을
동일시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 대표는 “강 교수의 사물 판단 기준은 ‘반미’냐 ‘친미’냐 하는 이분법뿐”이라며
“국민 정서상 탈레반을 옹호할 수 없으니 미국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지 않아서
문제가 된다는 식의 논리를 들이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강 교수는 이날 저녁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협상의 관건을
미국이 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라며 “미국이 탈레반 수감자들을 석방해 주면
인질이 풀려날 수 있는데도 현재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있는 것은 미국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탈레반과 상하이임시정부를 비교한 발언과 관련해 “탈레반은 ‘테러 집단’이지만
동시에 독립투쟁을 벌이고 있는 집단”이라며 “(둘을 비교한 발언은)
비유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2001년 북한을 방문해 ‘만경대 정신을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라는 글을 남기고,
2005년 7월 한 인터넷 매체에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뒤 항소한 상태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