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 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되지 하고
돌아 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도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난 새끼들을 제일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나에게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