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외로움 / 이채 다 채워도 허공은 남고 다 담아도 한구석이 비어있는 외로움, 외로운 것들아 아낌없이 받아 줄 사람 하나 여태 갖지 못했구나 외딴집에 머무는 홀로가 되는 동안 담장 너머 떡잎 한장에 실려오는 가득한 생각은 차라리 무색인데 아직 날 기억해 줄 한 사람, 너 조차 여기는 없구나 이대로 저물어 노을이 내리고 그 후 밤이 오는 동안 후미진 바람이 찾아와 잠을 청할 외로움아 세상에 빚진 거 없으니 무엇을 끌어안고 잠이 든 들 나무랄 사람 하나 없는 것도 외로움이다 하기야 아리따운 숙녀가 찾아와 노크를 한다고 해서 청춘을 돌려 받을 리 없겠지만 따지고 보면 눈물없이 외로움없이 살 수 있었다면 내 무슨 재미로 꿈을 꾸었겠는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 꿈을 먹고 외로움을 먹는 것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