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사모 송년의 밤에 부치는 노래
    
    1
    "가시지팡이로 가는 세월 막으려 해도 저가 먼저 알고 지름길로 가더라"는 
    선인(先人)의 글, 
    정년(停年)으로 마지막 수업으로 가르치시다 창밖을 내다보시던 선생님의 모습  
    긴 세월이 흐른 오늘에야, 복습(復習)을 하라고 아프게 살아난다
    하루해는 느리고, 한 해는 달음질로 빠른 서글픈 세모(歲暮)에
    더불어 살아 준, 세상 모두에 감사하고 
    스스로에게도, 후손(後孫)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이름이기를 
    별 보며 염원한 정해년(丁亥年)이
    지금쯤, 누군가 누른 한 번의 섬광(閃光)에 갇혀 
    한 장의 사진, 낯선 배경으로 굳어 우리에게서 떠나가는 게 보인다
    
    2
    누군들, 원대(遠大)한 포부(抱負)가 없었으랴, 회한(悔恨)이 없으랴
    쌓인 눈 틈새로 솜털 보송히 내밀던 시절(時節)도
    7월의 태양으로 작열(灼熱)하던 푸르던 시절도
    문득, 거울 속에 낯익은 모습 하나 남기고 가버렸으니.....
    어쩌랴, 세월(歲月)은 나와는 무관(無關)한 남남인 걸
    그러나, 아직도 중년(中年)은 할 일이 많고, 갈 길이 멀다
    잠시 쉬기는 하되, 왜 쉬는가는 결코 잊지를 말자
    인생(人生)의 계절(季節)에
    가을이 없으면 어찌 거두랴
    겨울이 없으면 어찌 싹을 준비하랴
    
    3
    때로는, 어긋나기도 하는 세상 
    태풍 몰아치는 밤바다로 달려가 피 울음으로 포효(咆哮)도 하였으리
    홀로, 차디찬 땅을 부둥켜안고 지새운, 인고(忍苦)의 세월도 있었으리
    불꽃보다 뜨거운 열정(熱情)의 밤도 보냈으리
    일상(日常)으로 내뻗은 촉수(觸手), 모두 거두어 누운 잠자리에서
    아니면, 가을이거나, 겨울의 길목쯤에서 
    간혹(間或), 세월 지나는 소리 아련하여
    허무(虛無)의 거미줄에 흔들리기도 하였으리
    그러면서 달구어진 초롱 초롱한 슬기, 더 솟음치는 열정(熱情)
    누군가가 그랬다, 3막 3장의 무대(舞臺)는 이제부터 이지 않는가
    
    4
    이제부터는
    우리가 우리이게 보듬어 준, 자연(自然)을 배우며 살자
    높은 산 웅장한 바위, 곧거나 휜 나무며 풀
    아무렇게나 학대(虐待) 하여도 이겨내는 흙
    졸졸 흐르는 시냇물, 그 아래 자갈마다에 낀 이끼
    이 모두는 서로를, 비교(比較)하지도, 폄하(貶下) 하지도 않는다
    저마다 있을 곳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음이다
    어느 하나 오만(傲慢)과 탐욕(貪慾)으로 나서거나 뽐내려 하지 않는다
    어느 하나 어긋나면, 모두가 무너짐을 알기 때문이리라
    똑같이 나란히
    같은 크기, 같은 무게로 유구(悠久)하여야할, 오사모여야 하리
    
    5
    세상을 보는 혜안(慧眼)은 뜨이지 않았던가
    싸워 이겨, 거두려고만 하여온 아집(我執)을 깨고 나오자 
    소홀하였던 나눔에 대하여 고민(苦悶)도 하는 여생(餘生)이어야 하리
    잠시 어제는 잊자
    누추한 육신(肉身)도 시간(時間)도 벗어버리자
    오늘 만은 마음을 열고 모두 비우자
    어쩌면, 우리는 한 뿌리였을지도 모른다
    전생(前生)에 누이와 오라비, 동기간(同氣間)이었을지 모른다
    우리 오늘은, 언제나 만남의 반가움을 오래 약속하는 날이자 
    
    6
    주인으로 나그네로 가르지 말자
    낯선 가슴 녹이는 촛불, 시공(時空)을 초월(超越)하는 모닥불로 타오르자
    서로의 가슴에 들어가 누워도 보자
    더러는, 너무 그리웠다고 투정하여도 좋으리
    인연(因緣) 알아보는 가슴에는 으스러지게 껴안아도 보자
    아끼고 위하는 마음으로, 함께 피어나는 나무가 되자 
    그리하여 오늘이, 전설(傳說) 이도록 
    오작교(烏鵲橋) 위에 무지개로 띄우자
    오작교(烏鵲橋)여
    견우직녀(牽牛織女)들이여 
    영원(永遠) 하시라!
    
    
    07.12. 8. 邨 夫 Ad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