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김형/소순희


부지런히 햇볕 긁어모으는

김형은
이 땅의 농부다

이 산 저 물 다 아는

진정한 농부다
씨앗들이

눈뜨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달빛이 옷 벗는

늦은 귀가도 안다
황톳빛 가슴에 묻어 둔

순애보도
앞마당 도라지꽃 보면

나는 다 안다
농작물들은

김형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고
김형은 소 발굽 자국에

고인 물도 마실 수 있다

이 땅이 잠깨는

새벽을 먼저 보고
저 산이 잠드는 걸

보고 잠든다
우리 김형은

이 땅이 좋아하는

진짜 농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