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독 풀고 간 보호하는 호깨나무


알콜중독 간장질환에 좋은 "헛개나무"



헛개나무의 줄기와 잎의 모습이다.


야생으로 자라는 아름드리 헛개나무


헛개나무 잎의 근접 촬영이다.  톱니가 규칙적으로 잘 배열되어 있다.


헛개나무, 잎, 줄기, 목심, 열매 등 모두 물로 달여서 복용할 수 있다.  




술은 백 가지 약 가운데 으뜸인 동시에 백 가지 독 가운데 으뜸이기도 하다. 술은 기분을 좋게 하고 혈맥을 통하게 하는 데는 좋으나 통증을 일으키며 오장을 상하게 하는 데는 이보다 더 나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무릇 술은 예부터 중요한 예식에만 써 왔다. 제사를 지낼 때, 손님과 친척이 모일 때, 약을 만들 때에만 쓰였다. 술은 쓸 때가 있고 먹는 데는 한도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술을 절제하지 못하고 함부로 마시고 함부로 취한다. 술을 함부로 마시는 까닭에 간장과 신장과 위장과 대장이 나빠진다. 또한 머리가 혼탁해지며 심하면 알코올 중독이 되어 패가망신하기도 한다.
알코올 중독이나 술을 많이 마셔 간장?위장?대장 등이 나빠진 것을 치료하는 약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예로부터 칡꽃, 팥꽃, 쥐눈이콩, 뽕잎, 오디, 팥, 녹두, 창포 등이 술독을 푸는 약재로 알려져 있으나 그 효과는 신통하지 않다.


술독 푸는데 신약

술을 많이 마셔서 간장과 대장이 망가진 것을 치료하고 술독을 푸는 데는
호깨나무가 으  뜸이다. 호깨나무는 술독을 푸는 데 가장 뛰어난 효과가 있는 신약(神藥)이다.
호깨나무는 갈매나무과에 딸린 잎지는 넓은잎큰키나무다. 헛개나무, 허리깨나무 라고도 하며 한자로는 지구(枳俱), 백석목(白石木), 목밀(木蜜), 현포리(玄圃梨) 등으로 쓴다. 우리나라에는 중부 이남의 깊은 산속 개울가에 드물게 자란다. 키는 20미터 넘게까지 크고, 지름은 1미터 넘게까지 자란다. 잎은 넓은 달걀모양으로 산뽕나무 잎을 닮았고 6월에 흰 꽃이 피어 10∼11월에 열매가 가지 끝에 갈색으로 익는다.
호깨나무는 그 열매의 붙은 과경(果梗)의 생김새가 특이하여 사람의 눈을 끈다. 가지 끝에 붙은 꽃꼭지가 씨앗이 익을 무렵에 살이 쪄서 울퉁불퉁한 과경이 되는데, 그 모양이 마치 산호(珊瑚)를 닮았으며 따서 먹으면 달콤하면서도 약간 떫은맛이 난다. 옛사람들은 이 과경(果梗)의 맛이 꿀처럼 달다고 하여 나무꿀, 곧 목밀(木蜜)이라고 하였고 또 중국의 곤륜산(崑崙山) 꼭대기에 있는 신선의 정원에 열리는 배라는 뜻으로 현포리라고 했다.
열매는 과경 끝에 동그랗게 달리는데 지름이 8밀리리터쯤 되고 갈색으로 익으며 세 개의 방에 씨앗이 각각 한 개씩 들어 있다. 씨앗은 갈색으로 겉껍질이 단단하고 윤이 나며 약간 납작하여 묏대추씨를 닮았다.
나무 전체의 모양새가 시원스럽고 단정하여 관상수로도 썩 품위가 있고 줄기에 상처를 내거나 잎을 자르면 달콤한 향기가 난다. 목재는 질이 단단하고 치밀하여 그릇이나 악기, 조각 작품 등을 만들기에 좋다.


꿀처럼 단맛이 나는 열매

우리나라에서는 설악산, 오대산, 지리산, 계룡산, 용문산, 백운산, 가야산, 덕유산, 한라산, 울릉도 등에 드물게 자란다. 간혹 몇 백 년 묵어서 가슴 높이의 지름이 1.5미터가 넘는 것도 발견된다. 중·북부지방 보다는 따뜻한 남쪽지방에 많은 편이고 산골짜기 계곡 가에 드문드문 난다.  
호깨나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자란다. 중국에서는 양자강 이남에 주로 자라는데 우리나라처럼 산골짜기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 것보다는 감나무나 밤나무처럼 집 주위나 마을 가운데 심어 가꾸는 것이 더 많다. 중국에서 자란 것은 대개 열매가 작고 씨앗에 검은 빛이 돌며 단맛이 적다. 약효는 우리나라에서 자란 것보다 3분지 1이하로 떨어진다. 일본에서 자란 것 역시 우리나라에서 자란 것보다 약효나 품질이 훨씬 못하다.
호깨나무는 개울가 물기 있는 땅에서 잘 자란다. 줄기는 뿌리부분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갈라져 가족환을 이룬 것이 많으며 줄기가 곧고 매끈하며 키가 높게 자라서 밑에서는 잎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줄기에 상처를 내면 달콤한 향기가 사방에 진동하며 신선한 잎이나 열매를 끓일 때에도 구수하고 달콤한 향기가 온 집안에 가득하게 된다.
열매는 겨울철까지 가지 끝에 붙어 있다가 바람이 불면 흔들려서 떨어진다. 씨앗은 겉껍질이 단단하여 그대로 땅에 심으면 여간해서는 싹이 나오지 않으므로 호깨나무 묘목을 키우려면 10퍼센트쯤 되는 염산용액에 5시간쯤 담가 두어서 겉껍질을 녹여낸 다음에 밭에  뿌리고 1∼2센티미터 두께로 흙을 덮어 준다. 아니면 물로 적신 솜에 씨앗을 넣고 따뜻한 곳에 두어 싹을 틔운 다음에 땅에 심어도 된다. 가꾸기도 쉬워서 메마르고 가문 땅이 아니라면 아무 곳에서나 잘 자란다. 그러나 물이 흐르는 개울가나 물기가 많은 땅에 심은 것이 더 잘 자란다. 본디 야생상태에서 잘 자라는 것이므로 화학비료나 농약 같은 것을 뿌릴 필요가 없다. 호깨나무는 자람이 왕성하여 한 해에 1미터 넘게까지 자란다. 맹아력(萌芽力)도 강하여 밑동을 잘라내면 곧 뿌리부분에서 새순이 나서 자란다. 설악산에는 둘레가 두 아름이 넘고 키가 30미터나 되는 엄청나게 큰 호깨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술독을 푸는 데 불가사의한 효험

호깨나무는 술독을 푸는데 불가사의하다고 할 만큼 효력을 발휘한다. 알코올중독과 숙취를 없애는 데에 최고의 명약(名藥)이라고 할 만하다. 이 나무의 열매나 잎, 줄기를 차로 달여 마시면 술을 웬만큼 마셔도 잘 취하지 않고 이미 술에 취한 사람도 금방 술이 깨 버린다. 알코올중독으로 폐인처럼 된 사람, 또는 술을 많이 마셔서 간이 망가져서 지방간이나 황달이 온 사람, 대장이나 뇌에 이상이 온 사람도 이 나무를 차로 달여 마시면 오래 지나지 않아 거짓말같이 회복된다. 술로 인해서 생긴 모든 병을 고치는 데에는 호깨나무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할 정도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이 나무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동의보감(東醫寶鑑)>,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같은 옛 의학책에도 적혀 있지 않고 민간에서도 약으로 쓴 일은 거의 없었던 듯하다. 글쓴이는 30년 동안 이 나무를 찾아 나라 안을 이 잡듯이 뒤졌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의 여러 의학책에는 호깨나무가 술독을 풀 뿐만 아니라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치질을 낫게 하며 관절염에도 효험이 있는 약재로 썩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술을 물이 되게 하는 나무

중국의 여러 옛 의학책에는 호깨나무가 술독을 푸는 효과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몇 가지 적혀 있다. 중국의 ‘맹선’이라는 사람이 쓴 <식료본초(食料本草)>에 옛날 어떤 남쪽지방에 사는 사람이 이 나무로 집을 수리하다가 잘못하여 토막 하나를 술독에 빠뜨렸더니 곧 술이 모두 물이 되었다고 했다.
또 ‘소송’이라는 사람이 지은 <도경본초(圖經本草)>에도 호깨나무를 기둥이나 서까래로 써서 집을 지으면 그 집안에 있는 술이 모두 물이 되고 만다고 하였다. 또 ‘주진형’이 지은 <본초보유(本草補遺)>라는 책에도 “한 남자가 30년 동안 술을 계속해서 마시고 또 여색을 몹시 밝혀서 열이 심하게 나고 몸이 극도로 쇠약해졌다. 그래서 먼저 기혈(氣血)을  보하는 약을 먹인 다음에 술독을 풀기 위해 칡뿌리를 먹였으나 땀만 약간 날 뿐 별로 효험이 없었다. 이는 기혈이 쇠약해진 데에 칡뿌리를 썼기 때문이다. 술을 많이 마셔 기력이 약해진 데에는 호깨나무 열매를 넣는 것이 가장 좋다. 마침내 그 사람한테 호깨나무 열매를 달여 먹였더니 병이 곧 깨끗하게 나았다고 적혔다.
이와 같은 옛 의학책의 기록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라고 할 만큼 실제로 호깨나무 열매나 잎, 줄기는 술독을 푸는데 신통한 효력을 발휘한다. 이 나무를 넣고 달인 차를 한 잔 마시고 나서 술을 마시면 평소 주량의 3∼4배를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술을 마시고 나서 숙취로 인하여 구토가 나고 목이 마르며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울 때 호깨나무를 넣고 달인 차를 한 잔 마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술이 깨고 숙취도 없어진다. 특히 소양체질인 사람은 그 효과가 눈부시게 빨라서 호깨나무를 달인 차가 목에 넘어가는 그 순간 머리가 시원해진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호깨나무 열매나 잎은 약간 단맛이 있어 마시기가 좋고 마시고 나면 입안에 향기로운 단맛이 한 시간쯤 남아 있어서 그 뒤에 어떤 음식이든지 먹으면 음식의 맛이 한결 좋아지므로 건강음료로도 일품이다. 음식을 먹고 나서 커피나 녹차 대신 마시면 몸에도 이롭고 맛도 즐길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호깨나무 열매에는 과당, 설탕, 포도당, 카탈라제, 페록시다제 등의 당분이 13퍼센트쯤 들어있고 칼슘을 비롯하여 칼륨, 철 등 미량원소도 많이 들어있다. 줄기에는 트리테르페노이드인, 호베니산이 들어 있고 잎에는 루틴이 들어 있어 고혈압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호깨나무는 열매, 잎, 줄기, 뿌리, 껍질 등 어느 부분이나 모두 약으로 쓸 수 있다. 옛 의학책에 열매는 오장(五臟)의 기능을 순조롭게 하고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술독을 풀고 풍습(風濕)으로 인한 마비를 풀며 술과 여색을 심하게 밝혀 몸이 몹시 허약해진 것을 치료하는데 쓴다고 하였고, 잎은 진하게 고약처럼 달여서 구토를 멎게 하거나 술독을 푸는데 쓰며, 줄기는 몸이 몹시 쇠약하여 피를 토하거나 풍습으로 인해 뼈와 근육이 아픈 데에 쓰면 좋다고 하였다. 또 껍질은 음식이나 술을 먹고 체한 데나 쇠나 창에 다쳐서 생긴 독을 풀고 치질을 치료하는 데에 좋다. 이른 봄철 잎이 나기 전인 곡우(穀雨) 무렵에 호깨나무 줄기에 상처를 내면 달콤한 맛이 나는 수액(樹液)이 흘러나오는데 이 수액은 겨드랑이에서 나쁜 냄새가 나는 것을 치료한다. 호깨나무 수액은 고로쇠나무 수액이나 거제수나무 수액보다 맛과 향이 훨씬 좋다.
 
술로 인한 당뇨병을 고친 기록

4백50년 전 세종 임금의 왕명으로 편찬한 세계 최대의 의학백과사전인 <의방유취(醫方類聚)> 제1백24권 ‘소갈문’에는 호깨나무의 약효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원문을 그대로 옮기면 대략 다음과 같다.
미산 지방에 사는 게영신이라는 사람은 키가 7척이나 되고 말술을 마시며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며 성품이 호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갈병(당뇨병)이 생겨서 하루에 물을 몇 말씩 마시고 음식도 전보다 갑절이나 많이 먹었다. 그래서 소갈병을 치료하는 약을 1년 넘게 먹었으나 낫기는커녕 병은 갈수록 더 심해졌다.
게영신은 자기가 곧 죽을 것으로 여겨 자기가 죽은 뒤에 장사를 지낼 준비를 하게 하면서 어린 아들을 이웃사람한테 맡기면서 키워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서쪽 지방에 사는 훌륭한 의사인 장립덕의 아들이 와서 그를 진찰하더니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죽을 뻔하였소.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오. 좋은 사향(麝香)을 술로 축여서 알약 여남은 개를 만들어서 호깨나무 달인 물로 먹으면 나을 것이오.”
게영신이 시키는 대로 하니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병이 나았다.
주위의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병이 나았느냐고 묻자 의사 장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소갈병은 비장이 쇠약해지고 신장이 망가져서 비장이 물을 다스리지 못하고 신액(腎液)이 위로 오르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오. 그런데 게영신의 맥을 보니 비장에는 열이 심하지만 신장은 쇠약해지지 않았소. 그러므로 이 사람의 병은 소갈병이 아니라 술을 지나치게 마셔서 비장(脾臟)에 허열(虛熱)이 성하여 생긴 것이오. 그 때문에 음식을 평소보다 갑절이나 많이 먹고 물도 많이 마신 것이지요. 그래서 사향과 호깨나무로 치료를 한 것이오. 사향은 술이나 참외, 과일의 독을 없애는 작용이 있어서 과일나무에 사향을 가까이 하면 열매가 달리지 않습니다. 호깨나무 또한 술독을 쳐서 없애는 효능이 있지요. 집밖에 호깨나무가 있으면 집안에서 술을 빚어도 술이 익지 않고 또 호깨나무 밑에서 술을 담그면 술이 물처럼 되어 버립니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약으로 술독을 쳐서 없애서 그의 병이 나은 것이오. 송옥이란 사람은 호깨나무 열매의 맛이 우유와 같으므로 새들이 이 나무에 즐겨 모이며 둥지를 잘 짓는다고 말한 적이 있고, 또 민간에서도 그 열매를 닭의 발톱이나 문둥이 손가락이라고 하는데 다 그 열매의 생김새가 특이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지요. 또한 열매를 먹으면 단맛이 나기 때문에 아이들이 즐겨 먹고 있지요.”
호깨나무의 약성에 대해 옛 의학책에 적힌 것을 몇 가지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술은 성질이 독하여 이를 마시고 나서 술독이 잘 풀리지 않으면 답답하여 날뛰게 된다. 술을 지나치게 마셔서 중독된 것을 치료하려면 호깨나무 줄기를 잘게 썬 것 1냥(35그램)을 물 한 대접에 넣고 물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찌꺼기를 버리고 따뜻하게 하여 마시면 그 효력이 빠르기가 번개와 같다.’ <성혜방>
‘호깨나무 열매는 맛이 달고 성질은 평하며 독이 없다. 두풍(頭風)과 배가 아픈 것을 주로 낫게 한다. 나무껍질은 오장(五臟)을 조화롭게 하고 다섯 가지 치질을 다스린다.’ <본초강목>
‘호깨나무 열매는 갈증을 멎게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가슴속의 열을 없애고 오장을 매끄럽게 하며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 그 효력은 꿀과 같다’ <본초습유>
‘호깨나무 열매는 구역질을 멎게 하고 술독을 푼다. 또 벌레독을 물리치고 중풍과 풍습으로 인해 몸이 마비된 것을 낫게 한다.’ <진남본초>
‘가을에 열매를 꼭지 째로 따서 말린다. 맛은 달고 시며 성질은 평하다. 심경과 비경에 작용한다. 갈증을 멈추고 번열(煩熱)을 없애며 독을 풀고 대·소변을 잘 누게 한다. 번열이 나면서 입이 마르는 데, 게우는 데, 오줌을 잘 못 누는 데, 등에 쓴다. 하루 9∼15그램을 달임약, 약술, 알약 형태로 먹는다. 비위가 허한 데는 쓰지 않는다.’<동의학사전>


간에 쌓인 독을 풀어주는 효능

호깨나무는 간을 비롯하여 몸 안에 쌓인 온갖 독을 풀고 간이나 위, 대장의 기능을 높여 주는 작용도 뛰어나다. 술을 많이 마셔서 생긴 황달이나 지방간, 간경화, 간염 등 갖가지 간질환에는 호깨나무 한 가지만을 써도 좋지만 유황(硫黃)을 먹여 키운 오리, 율무, 팥, 띠뿌리, 다슬기, 머루덩굴 등을 더해서 달여 먹으면 그 효과가 훨씬 더 빠르다. 유황을 먹여 키운 오리를 구하기 어려우면 집오리를 대신 써도 된다. 이 방법은 약이라기보다는 온갖 간질환에 효험이 있는 음식으로 널리 권할 만하다. 어떤 질병이든지 약보다 음식으로 고칠 수 있다면 그 방법이 가장 좋은 것이다.
술독을 푸는 데에는 호깨나무의 줄기나 잔가지, 열매, 잎 40∼50그램에 물 1되(1.8리터)를 붓고 물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은은한 불로 달여서 차 마시듯 수시로 마시면 된다. 호깨나무 열매가 가장 효과가 좋으나 열매가 높은 가지 끝에 달리므로 따기가 쉽지 않다. 줄기나 잎을 대신 써도 거의 같은 효험을 볼 수 있다. 열매나 잔가지, 잎을 물을 붓고 엿처럼 될 때까지 오래 달여서 그것을 수시로 한 숟가락씩 떠서 먹는 것도 오래 두고 먹기에는 좋은 방법이다. 호깨나무는 술로 인해서 생긴 모든 질병에 효험이 있으며 술 중독에는 더할 나위 없는 선약(仙藥)이다.
호깨나무에는 상당히 센 이뇨작용이 있어서 오줌이 잘 안 나오는 증상이나 고혈압, 동맥경화증에도 일정한 효력이 있다. 손발이 마비되거나 근육과 뼈가 아픈데, 소화가 잘 안 되는데, 헛배가 부른데, 복수가 차는 데에도 썩 좋다. 복수가 찰 때에는 호깨나무와 어성초, 까마중, 겨우살이를 함께 푹 달여서 먹으면 웬만한 증상에는 효과를 본다.            
호깨나무는 술로 인해서 간이나 위장, 폐, 대장, 뇌 등이 나빠진 것을 고치는데 특효가 있을 뿐 아니라, 가슴속의 열과 갈증을 없애고 구토를 멎게 하며 오줌을 잘 나가게 하고 변비를 없애며 뱃속을 편안하게 하는 등의 효과도 있다. 또 풍습(風濕)을 없애고 근육을 풀어주며 경락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작용도 있어서 만성관절염을 치료하는 데에도 효과가  크다.


소변 잘 나오게 하고 관절염에도 효과

관절염은 크게 류마티스 관절염과 골관절염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병은 대개 신체의 표면을 보호하는 양기(陽氣)가 허약해져서 바람이나 추위, 습기 등이 경락과 관절근육, 피부에 침입하여 기와 혈의 흐름에 장애를 주기 때문에 생긴다. 관절부위가 아프고 근육과 피부가 시큰시큰하고 저리다가 더 심해지면 관절부위의 뼈가 변형되어 굽혔다 폈다 하기가 힘들어져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관절염은 습기가 많고 기후변화가 심한 지방에서 많이 생긴다. 우리나라에서는 호반도시로 이름난 춘천과 남서해안의 섬 지방, 제주도 등에 유난히 풍습성 관절염환자가 많다. 풍습성 관절염에는 호깨나무 열매 5백 그램(말린 것은 2백50그램), 또는 호깨나무 줄기를 잘게 썬 것 3백 그램을 유황을 먹여 키운 오리나 집오리 한 마리와 함께 푹 끓여서 먹으면 상당한 효험이 있다. 오리는 털을 뽑고 뱃속의 똥만 빼낸 다음 한 번 푹 끓였다가 식혀서 위로 떠오르는 기름을 걷어내고 그 물에 호깨나무 열매나 줄기 썬 것을 넣고 약한 불로 오랫동안 달여서 먹는다.
하루 2∼3번씩 한 번에 한 사발씩 먹되 국물과 고기를 다 먹도록 하며 한 마리를 2∼3일 동안에 모두 먹도록 한다. 유황을 먹여 키운 오리는 보양작용과 해독작용, 그리고 염증을 삭이는 작용이 뛰어나서 원기를 세게 하고 몸 안에 쌓인 독을 풀며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호깨나무는 풍습을 없애고 몸 안의 독을 풀며 경락의 기능을 활발하게 한다.

                                                 최진규/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