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혈과 마비 풀고 몸 따뜻하게 
하는 감태나무
 
  
최진규/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 회장
 
감태나무는 숨어 있는 보석과 같다. 반짝반짝 빛나는 작고 앙증맞은 잎과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하게 자라는 줄기, 단아(端雅)한 수형, 주홍(朱紅)빛으로 물드는 단풍이 다 아름답고 사랑스럽지 아니한 데가 없다. 그러나 아직 이 나무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아무리 좋은 보석이라도 갈고 다듬지 않으면 쓸모없는 돌멩이에 지나지 않듯, 나무 역시 그 가치를 알고 가꾸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쓸모없는 잡목에 지나지 않는 법이다.
 
*몇 해 전 일본 군마현에 있는 약왕원(藥王園)에서 감태나무 한 그루를 보고 가슴이 찡한 감동을 받았다. 약왕원은 일본에서 가장 이름난 약초원이다. 갖가지 약초들을 재배하고 전시하며, 약초로 갖가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으로 일본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늘 장터처럼 붐빈다.
감태나무(백동백)
감태나무는 사람이 붐비는 길가 구석에 있었다.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니었고 가위로 다듬은 흔적도 없었다. 아마 약왕원을 조성하기 전부터 자라고 있던 것을 뽑아내기 귀찮고, 또 그대로 두어도 별로 방해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대로 둔 것이 분명했다. 나무는 작고 초라했다. 나무마다 붙어 있는 이름표도 없었다. 땅바닥 쪽으로 뻗은 가지가 수레바퀴에 치어 으스러져 있었다. 스산한 가을비에 젖은 주홍빛 단풍이 피처럼 선연(鮮然)하였다. 가꾸어 주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말라죽을 것처럼 보였다. 감태나무를 몰랐던 것도 아니었고 처음 본 것도 아니었지만, 무엇 때문에 그 나무 앞에서 강렬한 감동을 느꼈을까.
 
*그것은 뭇 나무와 약초의 임금으로 대접 받아야 할 이 나무가 일본 최고의 약초원에서도 초라한 거지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약왕원 한 구석에서 죽어가고 있는 감태나무는 진흙 속에 묻힌 보석이었다. 왕궁에 있으면서도 거지의 옷을 입고 있어 거지 취급을 받는 왕자와 같았다.     
 
*꽃이 크고 화려하거나 잎이나 껍질의 생김새가 남다르거나, 수형이 웅장한 나무는 이름이 알려지기 쉽지만,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나무에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소나무나 대나무, 자작나무 같은 나무들은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지만, 감태나무처럼 작고 볼품없는 나무한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간혹 지리산 자락에 사는 산사람이나 남해안의 섬 지방에 오래 살아온 사람한테 감태나무라고 하지 말고 ‘가무태나무’라고 하면 ‘아, 그 지팡이 만들면 멋있는 나무’ 또는 ‘도리깨 만드는 나무’ 하고 아는 체를 하는 사람이 더러 있을지도 모른다.
 
*감태나무는 그 생김새가 평범하고 볼품이 없어 쓸모없는 잡목으로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소박한 겉모습 안에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뛰어난 약효를 감추고 있음을 누가  알랴. 그러나 평생을 한의학을 공부한 한의사나 산자락에서 대대로 약초를 캐며 살아온 약초꾼들도 이 나무의 약효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감태나무는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서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을 병마에서 구하기 위해 하늘이 오래 전부터 감추어 두었던 신비로운 영약(靈藥)이다.
 
 
중풍 낫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한다
 
*감태나무의 잎에는 정유성분이 0.3퍼센트 이상 들어 있는데 이 정유 성분들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염증을 삭이며 통증을 없애는 등의 작용을 한다. 정유성분은 잎, 잔가지, 열매, 뿌리에 모두 들어 있으므로 모든 부분을 약으로 쓸 수 있다. 
 
*감태나무 열매는 맛은 맵고 성질은 매우 따뜻하며 독이 없다. 씨앗에는 기름이 40퍼센트 넘게 들어 있는데, 이 기름은 마르면 굳어지는 건성유이다. 중풍으로 말을 잘 못할 때, 가슴과 배가 차가워서 생긴 통증을 낫게 하며 체한 것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중풍으로 쓰러져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에는 감태나무를 말린 열매와 순비기나무 열매를 각각 5그램을 함께 짓찧어 끓는 물에 담가 우려내어 마신다. 가슴과 배의 냉증(冷症)으로 호흡이 곤란할 때에는 감태나무 열매 40그램에 돼지허파 한 개에 좋은 술을 적당하게 붓고 설탕을 약간 넣어서 달여서 먹는다. 아니면 감태나무 열매만을 물로 달여 먹어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감태나무 뿌리는 9-10월에 캐어서 깨끗하게 씻어 그늘에서 말려 약으로 쓴다.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며 독은 없다. 풍습(風濕)을 없애고 어혈(瘀血)을 삭이며 경락(經絡)을 잘 통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풍습성 관절염이나 신경통, 손발이 저린 데, 관절통과 근육통, 배가 차갑고 아픈 데, 타박상(打撲傷), 여성의 산후통, 뼈가 허약한 데, 허리와 무릎이 약한 것이나 아픈 데 등에 두루 좋은 효과가 있다.
 
*감태나무는 특히 뼈를 튼튼하게 하는 데 신약이라 할 만하다. 끈적끈적한 성분이 부러진 뼈를 빨리 이어지게 하고 어혈을 풀어 준다. 뼈가 허약한 사람이 오랫동안 감태나무를 달여서 먹으면 뼈가 무쇠처럼 튼튼해져서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세게 부딪혀도 여간해서는 뼈가 부러지지 않고 골다공증을 비롯한 온갖 뼈질환에 걸리지 않는다. 감태나무는 홍화씨보다 더 우수한 뼈질환 치료약이다. 감태나무는 뼈와 관련된 질병에 생강나무나 접골목과 유사한 효능이 있는데 접골목이나 생강나무보다 효과가 더 빠르고 강력하다. 
 
*풍습성 질병이나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발이 저리고 시릴 때에는 감태나무 40-80그램, 돼지 무릎 1개, 좋은 소주(증류주) 2백 밀리리터에 물 1천 밀리리터를 붓고 약한 불로 오래 달여서 그 물을 하루 두 번 밥먹기 전에 마신다. 감태나무만을 달여 먹어도 효과가 좋으나 술이나 돼지 무릎을 더하는 것은 약효를 더욱 강하고 빨리 나타나게 하기 위해서이다. 
 
*풍습성 마비, 관절통, 근육통에는 감태나무 뿌리, 접골목(接骨木), 구골목(호랑가시나무) 각 30그램, 위령선 20그램에 물 한 되를 붓고 약한 불로 절반이 되게 달여서 하루 3-7번에 나누어 마시거나 감태나무 뿌리만을 한 번에 30-40그램을 물로 달여서 마신다.
 
*아랫배나 속이 차갑고 아플 때에는 감태나무 뿌리 40-80그램에 물과 소주를 반씩 넣고 달여서 하루 두 번에 나누어 밥먹기 전에 마시거나 아니면 감태나무 뿌리만을 하루 40-80그램씩 물로 달여서 마신다.
감태나무 잎은 맛은 싱겁고 성질은 평하다. 풍(風)을 없애고 독을 풀며 어혈을 삭이고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하며 막힌 것을 뚫어주고 피나는 것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열을 내리고 부은 것을 내리며 통증을 멎게 하며 근육과 힘줄을 부드럽게 하고 마비를 풀어 준다. 감기, 관절통, 근육통, 종기, 타박상 등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이 밖에 몸을 따뜻하게 하고 뱃속에 있는 기생충을 죽이며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종기가 곪아서 잘 낫지 않을 때에는 잎을 날것으로 짓찧어 아픈 부위에 붙이거나 말려 가루 내어 뿌린다. 인후염, 기관지염, 편도선염 같은 온갖 염증에는 잎이나 잔가지 40-60그램을 물로 진하게 달여서 하루 3-6번에 나누어 마신다. 감태나무는 매우 센 항염증 작용, 항균작용이 있어서 갖가지 염증에 잘 듣는다. 말린 감태나무 잎을 증류하여 주사약으로 만들어 근육주사를 놓아도 온갖 관절염이나 신경통 등 여러 염증성 질병에 매우 좋은 효과가 있다.
 
*어혈 풀고 뼈를 튼튼하게 한다
감기에는 잘 자란 잎을 그늘에서 말리거나 녹차 잎 덖듯이 덖어서 끓는 물로 우려내어 차 대신 마신다. 녹차보다 향이 좋고 감기도 낫는다. 수시로 감태나무 잎을 차로 달여 마시면 여간해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더위를 먹었거나 더위 먹는 것을 예방하는 데에도 같은 방법으로 차로 우려내어 마신다.
 
*피부에 난 종기나 염증에는 20-30그램을 물로 달여 먹거나 잎을 그늘에서 말려 가루 내어 참기름에 개어서 바른다. 날 잎을 짓찧어 상처나 종기에 붙이기도 한다. 산에서 다리를 삐거나 뼈를 다쳤을 때 잎과 잔가지를 짓찧어 붙이고 천으로 싸매면 곧 통증이 멎고, 부은 것이 내리며 멍이 풀리고 뼈가 빨리 아물어 붙고 상처가 곪지 않는다. 
 
*상처에 피가 잘 멎지 않을 때에는 감태나무 잎을 그늘에서 말려 가루 내어 참기름으로 개어서 상처에 바른다. 감기나, 감기로 인한 두통, 열이 날 때에는 감태나무 40그램에 물 한 되를 붓고 약한 불로 절반이 되게 달여서 물 대신 하루 3-6번에 나누어 마신다.
 
*악창이나 종기가 잘 낫지 않을 때에는 감태나무잎, 부용화 뿌리를 함께 짓찧어서 종기가 난 곳에 바른다. 상처나 골절,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멎게 하는 데에는 감태나무의 잎이나 잔가지, 뿌리 20-40그램에 물 한 되를 붓고 약한 불로 절반이 되게 달여서 하루 3-7번에 나누어 복용한다.
 
*담이 결리는 데에는 감태나무 줄기나 잎, 잔가지, 뿌리 40그램에 물 한 되를 붓고 약한 불로 절반이 되게 달여서 하루 3-6번에 나누어 물이나 차 대신 마시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손발이 차거나 아프거나 저릴 때에는 감태나무의 잎과 줄기, 잔가지, 뿌리 40-80그램에 물 한 되를 붓고 절반이 되게 약한 불로 달여서 하루 3-7번에 나누어 물이나 차 대신 수시로 마신다.   
 
부작용 없고 효과 뛰어난 암 치료약
 
*감태나무를 암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위암이나 폐암, 식도암, 자궁암 등에 빠르고 강력한 효과가 있다. 40-60그램에 물 한 되를 붓고 물이 절반이 되게 약한 불로 달여서 물이나 차 대신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이것보다는 엑기스를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꾸지뽕나무 기름을 내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기름을 내어 소주잔으로 반잔씩 하루 3-6번 마신다. 나무 기름을 내어 약으로 쓰는 것은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것으로 우리 민족들한테만 전해지는 매우 우수한 치료법이다. 남해안이나 지리산 자락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위암이나 자궁암, 식도암 환자가 감태나무 엑기스를 내어 복용하고 깨끗하게 나았다는 사례를 더러 찾을 수 있다. 감태나무는 어쩌면 모든 약초 중에서 가장 암 치료에 효과가 뛰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감태나무의 항암효과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욱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