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를 사랑하는 총각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언덕 위 나무 아래에서
만나기를 약속했습니다.



안달이 난 총각이 일찍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처녀는 무슨 이유인지 늦습니다.

총각은 애가 타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러는 찰나에 총각에게 하얀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가 나타나더니만
왜 여기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총각은 기다리는 것이 지겹다고 하면서
원하는 대로 일이 금방금방 이루어졌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소원대로 될 것이라고 하면서
그러나 절대로 원상대로는 안된다고 하면서
후회는 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총각은 뛸 듯이 기뻤습니다.
소원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당장 아가씨와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 ”

그랬더니만 행복한 결혼식이
즉시로 거행이 되었습니다.

아기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빨리 컸으면 좋겠다.

장가를 갔으면 좋겠다.
손자를 보았으면 좋겠다.

즉시로 붕어빵이 구워지듯이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는 늙어서 죽을 날이 임박한
할아버지가 되어있었습니다.



조금 있더니만 죽음의 사자가 데리러 왔습니다.

얼음처럼 차가운 손으로 목덜미를 끌고서 갑니다.



발버둥을 치면서 안된다고 소리를 치다가
잠이 깼습니다.

세상이 새롭습니다.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총각은 기쁨으로 처녀를 기다렸습니다.



*********



사람은 누구나 기다림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기다림 속에서 희망을 키워가기도 하고,

그 기다림 속에서 고통을 참고
인내하면서 살아갑니다.

누구를 기다리며 살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러한 기다림조차 없는 인생이라면
얼마나 삭막하고,

얼마나 허전하고,
얼마나 무미건조하겠습니까!

그러한 기다림이 때로는 간장을 태우듯
온 몸을 녹아 내리게 하고,
뜬눈으로 밤을 설치게도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그래도 기다리며 살 때가

행복인것을 알면
진정 행복한자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