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풍경


           /시현


          겨울, 겨울이 와서 

          이 얼어붙어 가는 것들로 

          차거운 그대와 매듭을 얽어 

          결승문자의 비밀을 풀어 볼까나. 

          시작이고 끝인 

          나의 정체성 앞에 

          황량한 초원을 찾아 

          길은 멀구나! 

          바람 앞에 너울거려 

          부단한 그리움 

          떨림으로 그대 앞에 서면 

          앙상한 그리움이지.

          잃어버린 시간들은

          이제 메마르고 목마른 자의 

          겨울이 흐르는 

          울음소리를 들으며 

          슬픈 눈물은 화석으로 

          굳어가야 한다. 

          오늘 너와 나는 

          알아도 가야하고 

          몰라도 가야하는 길을 

          그리움과 기다림 속으로 

          다소곳이 걸어가야 한다. 

          뒤척일수록 비틀거리는 

          그림자의 슬픈 울부짖음에 

          우린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굶주린 현대시가 

          부드러운 흙속에서 

          꽃으로 피어나려 하는 것은 

          귀를 처음으로 가져본 내게 

          들려오는 봄의 노래 때문이지. 

          겨울 그 초라한 이름으로 

          서걱이며 비껴가는 겨울바람 소리를 

          멀리서 들으며. 

          얼음장 밑으로 흘러가는

          그 겨울의 시간을 다소곳이 사랑하며.

          차거운 정물화 속으로 

          지금 막 태양계에서 

          떨어져 내리는 별이 눈물로 반짝인다.

~ Amar Y Vivir(눈이 내리네) - Giovanni Marr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