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으로부터 양말을 받고



/시현



사장님으로부터 네 켤레의 양말을 받았다.

양말의 닳고 해어짐을 위하여

나는 이 세상에 있는 상을 모두 받고

어깨쭉지속으로 붉어진 목을 잡아 넣으니
 
세상이 모두 내 大腸에 가라 앉는다.

삶이란 이렇게 가슴에서 붉고 하얗게 

파릇파릇 피어난 봄의 새싹처럼 

활짝 피어나는 끈끈한 삶의 비릿함이다.

네 켤레의 양말목 언저리에 

예쁜 꽃송이가 부끄럽게도 피었다.

님의 부르심에 피어난 꽃송이,

저마다의 이름이 되고

저마다 쓰여지고 싶어 피어나고

오늘이 고마울 수 있는 것은

바다속에 가라앉은 세상이 꼿꼿이 고개 

세워들고 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늘에 찔리며 빨갛게 피어나는 

꽃송이마다 짙은 향기로 나도 가라앉고자 한다.

질긴 생명줄과도 같이 뜻하심에 따라

양말속에 발을 집어 넣는다. 

파릇한 싹에서 꽃이 피어나고 있다.

(090308)





♪ Too Late(늦게 핀 사랑) - Violin Instrum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