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의 소나타



       /시현



       한 줄기 바람에도 잠 못 드는 봄밤은 

       멈출 수 없는 고단함을 서걱 이며 출렁이고

       잃었던 꿈의 땅, 목마름을 위하여 살아온 부름켜, 

       그 질펀함을 위하여 나는 썰물에 의지하고 

       사랑하는 것들로부터 하나씩 둘씩 빠져나가고 있다.

       잃어버린다는 것은 하나씩 얻어지는 고통이라는 것을

       초라해진다는 것도 새롭게 완성되어가는 슬픔이라는 것을

       부단하게 길어 올리는 봄밤이면 실성한 사람처럼

       동네어귀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돌아다니며

       지구를 스멀스멀 빠져나가고 있다.

       사랑이여 나는 G현으로 울고 있나니

       나의 울음이 너를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스스로 기름이 되어 타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머리 들어 봄밤의 푸른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것도 

       더욱 고단한 삶속에서 너를 애써 기다리는 것도

       아직은 사랑을 느끼고 살라는 신의 말씀 때문일 것이니 

       봄이 오는 밤길에 밟고 갈 몸부림의 슬픔을 위하여
 
       네가 쫓는 행운보다는 길에 버려진 행복을 위하여

       밤에도 나는 빛바래어 가리라.

       빛이 없으면 또 어떠리. 어둠도 너무 곱구나.

       판도라의 상자 속에 가두어둔 아름다움을 위하여

       이 빛을 위하여 이 노래를 위하여 흘러가는 시간 속에

       나는 陷沒하고 있구나. 

       深淵에 응어리지는 소금의 하얀 달빛 소나타를 위하여.
       (09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