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하고도 생일날이 되어



/시현



이렇게 내가 죽은 날로 생일을 삼고

하느님께 머리 조아려 감사할 수 있는 것은

버리고 채웠기 때문이다.

채우고 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가 너의 조촐한 무늬가 되어

버려진채 너의 눈길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은

버리고 채웠기 때문이다.

채우고 버렸기 때문이다.


멋쩍고 쑥스러운 얼굴로

당신을 위한 낯선 꽃이 되어

조그만 골짜기에 꽃잎으로 스러져간들


허전하여 빈 곳으로 흐르고 흘러서

너의 기다림으로 살아간들 깃털보다 가벼운

당신의 하늘이 되어간들

무엇하나 나무랄 것 없는 바람으로 이야기하리.


바람은 흐르고자 한다.

세월도 흐르고자 한다.

모두 흐르는 것뿐인 세상에서 

내가 머물를 곳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살아있노라고 모두가 바둥거리며 타오르는데

모두 거름으로 뿌려진들 또 어떠리.

서로 달라서 우리는 닮은 꼴인데.
(090411)
 
 



Song of the seashore(cello) - Micha Mai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