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시현

  

슬픔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맑고 깨끗하기 때문이지

맑아서 깨끗해서 텅 빈 하늘에

사랑을 채울 수 없어 가슴에 묻고

복받치는 눈물 쏟을 수 없어 가슴에 묻고

몇 년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그렇게 살다가

햇살처럼 물결처럼 그림자로 스러지면

빛 바래어 스러져간 것들로 봄이 되어

너는 나의 그리움 이어라.

너무 맑아 깨끗해서

물고기도 살 수 없는

눈물이 흐르는 강가에

나는 다시 태어나

햇빛 찬란한 봄 노래 부르리라.

갈증하며 이렇게 떠날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리라.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일러니.

(09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