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파도



       /시현



       기우는 햇살에 어깨를 기대고

       이대로 머무를 수는 없어라. 

       가라앉은 소금바다 저편에서

       끊임없이 밀어 올리는 허연 설렘으로 

       찬 그림자는 오늘도 스러진다.

       겨울로 가는 움츠린 길목으로

       여느 때고 비릿한 바람 불어가듯이 

       고단하여 허물어지는 파도가 

       하얀 그리움으로 부서져 내리면 

       웅크리며 우리는 또 떨리는 가슴으로 

       눈빛 속에 머물러야 한다. 

       바람과 파도가 쉴 새 없이 도란거리는 것은 

       흘러가는 우리의 침묵을 위해서 일게다. 

       빛에 물들어 있는 순간이 

       낮과 밤으로 아름다운 것은
      
       머무를 수 없어 

       못 말리는 무엇으로 흘러왔을 테니까.

       기다려라. 어둠이 온다. 

       기다려라. 날이 밝는다.

       언제고 앓아야 할 아픔이 

       일상의 그리움으로 진저리치고 싶어 

       일상의 출구를 찾아 떠나고

       끝내는 묻혀서 망각의 강물에 출렁일 테니까. 
       (2009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