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길의 끝은 어디인가요
글/박현진 낭송:한송이

3월의 가지 끝에 서러움을 남기고 싶은지 고운 햇살을 뒤로하고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립니다.

어머니 그곳에도 비가 내리나요 당신의 눈물 삭인 비가 말입니다
낙타 무릎이 되도록 하늘을 향해 당신의 생을 가엾도록 꿇어 앉히셨지요.

밤을 이겨낸 시간은 당신 몸속의 병을 키우고
고통을 감내한 인내는 극을 넘어 목련처럼 고운 얼굴 파리해지셨습니다.
당신을 능멸한 우리는 날마다 행복을 탐하고 있었습니다.

꺼져 가는 등불 같은 당신의 목숨 바라만 보는
심장엔 피가 끓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슬픔이라는 것도 이별 앞에서는 부질없습니다
당신의 눈망울이 참 맑습니다.

저 길의 끝에 만나야 할 그리운 이가 기다리기에
우리의 눈물 따위에 마음 흔들리지 마십시오.

오늘이 지나 활짝 개인 내일 여벌의 옷도 준비하지 말고 가볍게 가세요
당신을 향한 우리의 알량한 사랑도 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저 길 끝에서 다시 만날 그날이 오면
한걸음에 달려가겠습니다.

(5년 전 목련꽃 만발한 4월2일 먼 여행 떠나신어머니를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