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민들레 / 詩 박복화 / 낭송: 향기나는글,류혜원


나는 어디에도 있었으며
또한 어디에도 없었다
노오란 꽃잎의 짧은 기억으로
봄은 해마다 오지만
항시 부족한 빈혈의 봄날
날아 보고픈 욕망은
불발의 포탄 옆에서도 피어나고
움직임 없는 갯벌도 넘보는
오달진 내 꿈은
연약한 홀씨의 위태로운 비행이
표적으로 내달리는 굉음 속에서
늘 방향을 잃었다
선을 그어 확인하는 영토의 이정표
키가 작아서 목소리도 작았나
매향리 불면의 시간들이
불임의 땅 위에서
피고 지는 생명 위에서
오십사 년의 길고도 복잡한 이력에
철조망을 걷어내는 오늘
나는 날고 싶다
배란기의 성숙한 꿈으로
매향리에 오래오래 태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