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하운 시인 생각
이생진

가도 가도 검은 돌밭길
길가에 않아 신발을 벗어보니
아직도 발가락이 다섯
가도가도 닳지 않는 내 발가락
고맙단말 절로 나온다


전라도 길 (소록도 가는 길)
한하운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 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가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길.
소록도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