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띄우는 편지

    김 택 근    낭송 배영미

연초록 대지와 맑은 하늘 사이로 꽃사태가 났습니다
광양의 매화,
구례의 산수유,
유달산의 개나리,
연취산의 진달래까지.....
어디 그뿐인가요. 내 고향 평사리 넓고 넓은 들녘
꽃그늘 아래, 냉이, 씀바귀, 돋나물, 그리고 쑥, 봄동까지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 나와 아우성들입니다.

참 오래되었습니다
코 속으로 스며드는 봄내음을 맡으며 들녘을 거닐어보았던 때가...
아! 까맣게 잊고 살았던 이 향수,
봄맞이 마구간 청소 뒤 끝 두엄자리에서 나는 맛깔스런 이 냄새,
청보리밭 이랑으로 흙이 숨을 쉬고,
밭두렁에 살며시 얼굴 내미는 은빛 쑥 이파리에서
하늘로 떠나신 어머니의 곱디고운 살냄새를 맡습니다.

잊혀진 옛 추억들이 쑥쑥 올라오는군요
미제 물통 하나 허리에 차고 꽃길 따라 걸었던 어느 해 가족 소풍
놀다가 지쳐 아버지의 너른 등판에 업혀
꾸벅꾸벅 졸면서 돌아오던 어느 봄날에
마을 앞 목련꽃은 환하고 휘영청 발도 밝았지요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새끼줄에 조기새끼 몇 마리 꿰서 들고 오시던
내 아버지도 그립습니다
  
그 길목에 풀꽃들은 여전히 곱게도 피어 있습니다
다시 4월입니다
달빛보다 더 환한 그 목련나무 아래서
아버지 어머니 얼굴처럼 환하게 벙그는 웃음을 보고 있습니다
나도 따라 웃었지요
그 웃음 속으로 흐르는 눈물은
달빛에 빤짝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