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꽃 / 이강석
(낭송:고은하)
사랑이 무르익기도 전에
이별을 연습해야만 했던
잔인한 습성으로 인해
밤새워 제 몸을 물어뜯었다
생채기 난 자리엔
길 잃은 별들이 내려 앉아
반짝이는 무지개 숲을 이룬다
탄생의 기다림 끝엔 어김없이
비틀거리다가 넘어지며
깊은 상념속을 허우적거리는데
어둠의 터널을 뚫은 아침 햇살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이민다
제 멋에 겨워 흥얼거리는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곳에
사라짐을 못내 아쉬워하는
붉은 노을빛이 걸리고
한 번만 더 꼭 한 번만 더
속살 깊숙히 안아보고 푼
미련의 깃발이 나부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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