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섬

그 섬엔
바다가 말을 하고
하늘이 바다를 듣는다

그 섬엔
뜨거운 태양 아래
고양이는
낮은 지붕 담벼락에
엎디어 오수를 즐기고
사람의 수 보다
고양이가 더 많다

그 섬엔
사파이어 블루 물감이
온 바다에 추상화로 흩뿌려진
넘실 넘실 수평선 너머로
언제나 바다만 가득 푸른 날이다

낡은 집 몇 채
나른 대는 빛을 따라
상큼한 풀 향기 밟고
그 섬의 숲으로 가면
늙은 노송들이 짐짓 외롭고
풀잎 핥는 바람이 머무는 곳

그 섬엔
누구도 말을 하지 않는다
바람도 하늘도 말을 하지 않는다
바다만 말을 하고
바람도 하늘도 숲도
바다를 듣는다

말없는 마을을 휘청대며
하루 종일 물 속에서
나는 바다를 그리고
절대 고독으로 돌아선
가끔씩 흩어진 섬을 그린다

그 섬엔
고양이가 딱지 맞는
배고픔을 달래며 더위를 잊은 채
불륜을 꿈꾸고
날마다 졸고 있다

그 섬엔
첫 사랑에 눈이 먼 노인이
뭍으로 간 애인을
평생을 사랑하며 기다려도
한번 떠난 애인은 소식조차 없다

글/고은영

♪ 그 섬- 낭송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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