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홍 고무신(몽산댁 아픔은 별이되어)

몽산댁 그녀는 아픔을 말하지 못하여
툇마루 아래 분홍 고무신만 꺼내어 신고
자박자박 가로등에 이별을 고하며
골목 어귀에 그림자만 남기고 떠나 갔었다

어둠은 짙게 물들어
뒤돌아 볼 수 없었던 까닭은
매정함 보다는 미련이 남을까 하여
뜨개질로 짜낸 모자를 핑계삼아
귀뚜라미 울어 대던날 떠나 갔었다

숙여서 가려진 촉촉히 젖어내린 눈물은
도랑을 건너고 나서야만 떨구어 지고
밤늦게 들려오는 야심한 다딤이질 소리에
다시금
녹아 내린 눈물은 통곡이 되어
흰 저고리 앞섶을 적시며 별이되어 떠나갔었다

밤을새워 흘러내린 눈물자국 들과 함께
차곡차곡 쌓인 한숨은 가슴을 도리질 하고
자식 못둔 칠거지악 그녀 홀로 죄인 이었을까 만
부엉이 목놓아 울어대던 인적드문 연못가엔
분홍 고무신 한켤레만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글/최명주

♪ 분홍 고무신 - 낭송 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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