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에 사랑을 묶어 놓고서





    풀잎에 그리움을 묶어 놓고서 바람이듯 아스라이 멀어져 간 그 옛날 그대의 고운 모습들이 하현달인듯 눈에 차오릅니다

    풀꽃 반지였지만 그대의 밀크 빛 손가락에 끼워 줄 때 까만 교복에 하얀 쌔라 타이의 가느다란 흐느낌에 붉으래한 홍조

    수줍어 고개 숙이며 내밀었던 깨물고만 싶었던 고운 손 가락들 그 때의 통통 뛰었던 고운 감정들은 수개 성상을 지내왔지만 아직도 그대로건만 내 어찌 그대를 잊는다 하겠는지요









    벚꽃잎들 눈 오듯 하얗게 흩뿌려지고 시샘이라도 부리듯 다람쥐들 날 잡아봐 하며 달아나던 그대와 손잡고 걸었던 꿈속과도 같았던 그 숲속길이 지금쯤은

    갈바람이 스치고 지날 꺼라 생각을 하니 얼굴은 세월의 강둑이 만들어진 중년이라지만 그래도 그래도 한번쯤은 꼭 다시들 만나서 낙엽을 밟으며 무작정 걷고만 싶습니다

    까마득히 묻혀 버린 기억 저편의 추억이 되어버렸던 아름다웠던 그 길은 가슴을 뛰게 하였던 풀잎사랑의 길이었으며 그대는 나의 첫사랑의 히로인이었습니다

    글/受天 김용오
    풀잎에 사랑을 묶어 놓고서 - 글/受天 김용오. 낭송 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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