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뿌려놓은 새의 발자국.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사람 있어
안개꽃 다발을 흔든다.
지겹도록 떨어지는 링거 한 방울,
병실엔 침묵이
바깥엔 채 이별이 도착하지 않았다.

아침녘에 꺼내놓은 시리고 찬 이름 하나,
보낼까 말까 망설이는 편지의 모서리가
주머니 밖으로 하얗게 손가락 내밀고 있다.
시린 입김 올리며
쓸쓸한 날엔 철길을 걷는다.
연기 흩어진 하늘을 떼지어 날아가는 새떼,
강을 건너가는 햇빛의 발이
꽁꽁 얼어 애처롭다.
새들도 슬픔이 있을까.
가갸거겨, 소리내며 흩어지는
무수한 저 글자들도 사연이 있을까.

추락하는 이름 위에 앉아 본다.
내가 사랑에 실패하는 건 다만
사랑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김재진 "새들도 슬픔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