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936   2022-08-06 2023-02-27 19:46
113 밀린 이야기
오작교
344   2021-11-14 2021-11-14 17:28
지난 가을<불일암의 사계>라는 사진집이 한 친지의 숙원으로 출간을 보게 되었다. 나는 그 사진집을 펼쳐 보면서 묘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동안 몸담아 살던 보금자리가 마치 곤충이 벗어 버린 빈 껍질처럼 생소하게 느껴졌다. 내 자신의 삶과는 전혀 상관...  
112 새벽에 내리는 비
오작교
345   2021-11-14 2021-11-14 14:12
새벽에 비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머리맡에 소곤소곤 다가서는 저 부드러운 발자국 소리. 개울물 소리에 실려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살아 있는 우주의 맥박을 느낄 수 있다. 새벽에 내리는 빗소리에서 나는 우주의 호흡...  
111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신문
오작교
345   2021-11-14 2021-11-14 17:24
지난겨울에는 눈 고장에도 눈다운 눈이 내리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연일 내리는 폭설에 갇혀서 며칠 동안 딴 세상에서 살아야 했는데, 제작년 겨울부터 그런 눈은 내리지 않는다. 겨울은 물러가고 새봄이 머뭇거리면서 다가서고 있다. '물 쓰듯 한다'...  
110 내 오두막의 가을걷이
오작교
346   2021-11-14 2021-11-14 16:12
내 오두막에 가을걷이도 이미 끝났다. 가을걷이래야 고추 따고 그 잎을 훑어내고 감자와 고구마를 캐고 호박을 거두어들이는 일이다. 옥수수는 다람쥐들이 벌서 추수를 해 버렸고 해바라기도 나는 꽃만 보고 씨는 다람쥐들의 차지가 되었다. 개울가에 살얼음...  
109 죽이지 말자, 죽게하지도 말자
오작교
346   2021-11-14 2021-11-14 17:25
내 오두막에서 듣는 바깥세상 소식은 오로지 라디오를 통해서다. 맨날 비슷비슷한 사건과 사고로 엮어지기 때문에 귀 기울여 들을 것도 없지만,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라 습관적으로 아침저녁 식탁에서 뉴스를 듣게 된다. 또 끔찍한 살인의 소식이다. ...  
108 법정스님의 좋은 글
오작교
347   2021-11-09 2021-11-09 16:24
나 자신의 인간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내가 얼마나 높은 사회적 지위나 명예 또는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영혼과 얼마나 일치되어 있는가이다. 시람은 본질적으로 홀로일 수 밖에 없는 존재다. 홀로 사는 사람들은 진흙에 더럽혀...  
107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이 아닌 ㅣ달에
오작교
348   2021-11-14 2021-11-14 16:05
첫눈이 내렸다. 거추장스러운 잎들을 훨훨 떨쳐 버리고 알몸을 드러낸 나무와 숲에 겨울옷을 입혀주려고 눈이 내렸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달력에 의하면 ‘모두 다 사라진 것이 아닌 달’인 11월. 그 11월에 들어서면 나무들은 여름과 가을철에 걸...  
106 인간의 가슴을 잃지 않는다면
오작교
349   2021-11-14 2021-11-14 15:58
추석을 앞두고 연일 음산한 날씨 때문에 풀을 쑤어 놓고도 미처 창문을 바르지 못했다. 가을날 새로 창을 바르면 창호에 비쳐드는 맑은 햇살로 방 안이 아늑하고 달빛도 한결 푸근하다. 이제 산중에서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서 날마다 군불을 지펴야 한다. 들...  
105 인형과 인간
오작교
350   2021-11-14 2021-11-14 16:50
1 내 생각의 실마리는 흔히 버스 안에서 이루어진다. 출퇴근 시간의 붐비는 시내버스 안에서 나는 삶의 밀도 같은 것을 실감한다. 선실(禪室)이나 나무 그늘에서 하는 사색은 한적하긴 하지만 어떤 고정관념에 갇혀 공허하거나 무기력해지기 쉬운데 달리는 버...  
104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오작교
351   2021-11-14 2021-11-14 16:29
한평생 수학(數學)이 좋아서 그것만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연구하는 수학자가 있다. 그는 숫자에서 미의식(美意識) 같은 것을 느낄 정도로 그 길에는 통달한 사람이다. 연구실에서 풀리지 않던 문제가 산을 오르거나 바닷가를 산책하는 무심한 여가에 문득 풀...  
103 섬진 윗마을의 매화
오작교
352   2021-11-14 2021-11-14 14:24
며칠 전 내린 비로, 봄비답지 않게 줄기차게 내린 비로 겨우내 얼어붙었던 골짜기의 얼음이 절반쯤 풀렸다. 다시 살아난 개울물소리와 폭포소리로 밤으로는 잠을 설친다. 엊그제는 낮에 내리던 비가 밤 동안 눈으로 바뀌어 아침에 문을 열자 온 산이 하얗게 ...  
102 파초잎에 앉아
오작교
352   2021-11-14 2021-11-14 16:02
휴가철이 되니 다시 길이 막힌다. 산과 바다를 찾아가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더위를 피해서, 또는 자신에게 주어진 여가를 보내기 위해 모처럼 일상의 집에서 떠나온 길이다. 더위를 피할 곳이 어디이기에 이처럼 동이 트기 전부터 차량의 흐름을...  
101 겨울은 침묵(沈默)을 익히는 계절
오작교
357   2021-11-13 2021-11-13 08:33
겨울은 우리 모두를 뿌리로 돌아가게 하는 계절. 시끄럽고 소란스럽던 날들을 잠재우고 침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그런 계절이다. 그동안에 걸쳤던 얼마쯤의 허영과 허세와 위선의 탈을 벗어 버리고, 자신의 분수와 속 얼굴을 들여다보는, 그런 계절이기도...  
100 장작 벼늘을 바라보며
오작교
357   2021-11-14 2021-11-14 14:11
장마가 오기 전에 서둘러 땔감을 마련했다. 한여름에 땔감이라니 듣기만 해도 덥게 여길지 모르지만, 궁벽한 곳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 미리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살아가는 지혜다. 오두막에 일이 있을 때마다 와서 도와주는 일꾼이 지난봄에 일을 하러 올라...  
99 등잔에 기름을 채우고
오작교
358   2021-11-14 2021-11-14 16:07
허균이 엮는 <한정록(閑情錄)>에는 왕휘지에 대한 일화가 몇 가지 실려 있다. 중국 동진 때의 서예가로 그는 저 유명한 왕희지의 다섯째 아들이다. 그는 산음(山陰)에서 살았다. 밤에 큰 눈이 내렸는데 한밤중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열자 사방은 눈에 덮여 온...  
98 빈 뜰
오작교
360   2021-11-14 2021-11-14 16:22
다래헌(茶來軒)에서 살던 때였다. 뜰에는 몇 그루의 장미꽃이 피어, 담담하던 내 일상에 빛과 향기를 드리워주었다. 아침 이슬을 머금고 갓 피어난 한 송이 꽃을 대했을 때, 말문이 막히고 눈과 귀가 멀려고 했었다. 지극한 아름다움 앞에서 전율을 느끼던 그...  
97 박새의 보금자리
오작교
360   2021-11-14 2021-11-14 17:30
며칠 전부터 창 밖에서 '톡톡 톡톡'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무심히 흘리고 말았었다. 옮겨 심은 나무에 물을 주러 나갔다가 톡톡 소리를 내는 그 실체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난로 굴뚝의 틈새에서 박새가 포르르 날아가는 것을 보고서였다. ...  
96 오두막 편지
오작교
361   2021-11-14 2021-11-14 16:00
절기로 오늘이 하지(夏至)다. 여름철 안거도 어느새 절반이 되었구나. 그동안 아주 바쁘게 살았다는 생각이 어제 오늘 든다. 모처럼 산거(山居)의 한적한 시간을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젯밤에는 오랜만에 별밭에 눈길을 보내고,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  
95 생명을 바꾸는 농사
오작교
361   2021-11-14 2021-11-14 17:03
엊그제 내린 비로 개울물이 많이 불어났다. 며칠 동안 뜸하던 산새들의 노래가 개울물소리에 실려 다시 이어지는 걸 보면 날씨가 들 모양이다. 그저께 밤에는 잠결에 빗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 개울가에 채워둔 김치통을 처마 밑에 들여놓고 나서야 마음이 ...  
94 참된 여행은 방랑이다
오작교
363   2021-11-14 2021-11-14 14:19
여름에는 더위와 물 것 때문에 멀리했던 등불이 가을밤에는 정다워진다. 맑은 바람 불어오고 청랭한 기운 감돌면 풀벌레 소리 곁들여 등불을 가까이하게 된다. 호수나 시냇물도 가을이 되면 드높게 갠 하늘을 닮아서인지 보다 말고 투명해진다. 우리들의 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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