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935   2022-08-06 2023-02-27 19:46
113 출가(出家)
오작교
300   2021-11-14 2021-11-14 16:35
어제부터 숲에는 바람이 불고 있다. 세차게 지나는 바람소리가 해안에서 밀려오는 파도소리 같다. 숲길에는 낙엽이 흥건히 쌓여 있으리라. 잎이 져버리면 빈 가지들만 초겨울의 하늘 아래 허허로이 남을 것이다. 가지를 떠난 잎들은 어디로 향할까? 바람에 여...  
112 가을은
오작교
331   2021-11-14 2021-11-14 16:37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대,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  
111 무소유
오작교
332   2021-11-14 2021-11-14 16:37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뿐이오.” 마하트마 간디가 1931년 9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  
110 오해
오작교
581   2021-11-14 2021-11-14 16:38
세상에서 대인관계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일이 또 있을까. 까딱 잘못하면 남의 입에 오르내려야 하고, 때로는 이쪽 생각과는 엉뚱하게 다른 오해도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웃에게 자신을 이해시키고자 일상의 우리는 한가롭지 못하다. 이해란 정말 가능한 ...  
109 설해목(雪害木)
오작교
328   2021-11-14 2021-11-14 16:39
해가 저문 어느 날, 오막살이 토굴에 사는 노승 앞에 더벅머리 학생이 하나 찾아왔다. 아버지가 써 준 편지를 꺼내면서 그는 사뭇 불안한 표정이었다. 사연인즉, 이 망나니를 학교에서고 집에서고 더 이상 손댈 수 없으니, 스님이 알아서 사람을 만들어 달라...  
108 종점에서 조명을
오작교
306   2021-11-14 2021-11-14 16:40
인간의 일상생활은 하나의 반복이다. 어제나 오늘이나 대개 비슷비슷한 일을 되풀이하면서 살고 잇다. 시들한 잡담과 약간의 호기심과 애매한 태도로써 행동한다. 여기에는 자기 성찰 같은 것은 거의 없고 다만 주어진 여건 속에 부침하면서 살아가는 범속한 ...  
107 흙과 평명공간
오작교
324   2021-11-14 2021-11-14 16:43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이 말은 근대화에서 소외된 촌락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입에 담을 수 있는 오늘의 속담이다. 우리 동네에서 뚝섬으로 가는 나루터까지의 길도 그러한 유형에 속하는 이른바 개발 도상의 길이다. ...  
106 탁상시계 이야기
오작교
400   2021-11-14 2021-11-14 16:43
처음 만난 사람과 인사를 나눌 경우, 서투르고 서먹한 분위기와는 달리 속으로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지구상에는 36억인가 하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데, 지금 그 중의 한 사람을 만난 것이다. 우선 만났다는 그 인연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같...  
105 회심기
오작교
299   2021-11-14 2021-11-14 16:47
내 마음을 내 뜻대로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한도인(閑道人)이 될 것이다.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온갖 모순과 갈등 속에서 부침하는 중생이다. 우리들이 화를 내고 속상해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외부의 자극에서라기보다 마음을 걷잡을 ...  
104 조조할인
오작교
295   2021-11-14 2021-11-14 16:48
지난 일요일, 볼일로 시내에 들어갔다가 극장 앞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장사진을 보고, 시민들은 참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낮의 뙤약볕 아래 묵묵히 서 있는 그들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았을 때 측은한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먼 ...  
103 나그네 길에서
오작교
286   2021-11-14 2021-11-14 16:49
사람들의 취미는 다양하다. 취미는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적인 여백이요 탄력이다. 그렇기에 아무개의 취미는 그 사람의 인간성을 밑받침한다고도 볼 수 있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개인의 신체적인 장애나 특수 사정으로 문 밖에 나서기...  
102 미리 쓰는 유서
오작교
290   2021-11-14 2021-11-14 16:49
죽게 되면 말없이 죽을 것이지 무슨 구구한 이유가 따를 것인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지레 죽은 사람이라면 의견서(유서)라도 첨부되어야겠지만, 제 명대로 살만치 살다가 가는 사람에겐 그 변명이 소용될 것 같지 않다. 그리고 말이란 늘 오해를 동반하게 마...  
101 인형과 인간
오작교
350   2021-11-14 2021-11-14 16:50
1 내 생각의 실마리는 흔히 버스 안에서 이루어진다. 출퇴근 시간의 붐비는 시내버스 안에서 나는 삶의 밀도 같은 것을 실감한다. 선실(禪室)이나 나무 그늘에서 하는 사색은 한적하긴 하지만 어떤 고정관념에 갇혀 공허하거나 무기력해지기 쉬운데 달리는 버...  
100 녹은 그 쇠를 먹는다
오작교
399   2021-11-14 2021-11-14 16:51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의 마음처럼 불가사의한 것이 또 있을까.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두루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는 것이 우리 마음이다. 그래서 가수들은 오...  
99 영원한 산
오작교
293   2021-11-14 2021-11-14 16:52
산에서 사는 사람들이 산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면, 속 모르는 남들은 웃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산승들은 누구보다도 산으로 내닫는 진한 향수를 지닌다. 이 산에 살면서 지나온 저 산을 그리고나 말만 듣고 아직 가보지 못한 그 산을 생각한다. 사전에서...  
98 침묵의 의미
오작교
451   2021-11-14 2021-11-14 16:53
현대는 말이 참 많은 시대다. 먹고 뱉어 내는 것이 입을 기능이긴 하지만, 오늘의 입을 불필요한 말들을 뱉어 내느라고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수고를 하고 있다. 이전에는 사람끼리 마주보며 말을 나누었는데, 전자매체가 나오면서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지껄...  
97 순수한 모순
오작교
316   2021-11-14 2021-11-14 16:53
6월을 장미의 계절이라고들 하던가. 그래 그런지, 얼마 전 가까이 있는 보육원에 들렀더니 꽃가지마다 6월로 향해 발돋움을 하고 있었다. 몇 그루를 얻어다 우리 방 앞뜰에 심었다. 단조롭던 뜰에 생기가 돌았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노라면 모차르트의 청렬...  
96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오작교
424   2021-11-14 2021-11-14 16:54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물건과 인연을 맺는다. 물건 없이 우리들의 일상생활은 이루어질 수 없다. 인간을 가리켜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것도 물건과의 상관관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내면적인 욕구가 물건과 원만한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사람들은 느긋한 ...  
95 상면
오작교
295   2021-11-14 2021-11-14 16:55
아무개를 아느냐고 할 때 “오, 그 사람? 잘 알고말고. 나하곤 막역한 사이지. 거 학창시절엔 그렇고 그런 친군데……” 하면서 자기만큼 그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는 듯이 으스대는 사람이 간혹 있다. 그러나 남을 이해한다는 것...  
94 살아남은 자
오작교
314   2021-11-14 2021-11-14 16:55
요 며칠 사이에 뜰에는 초록빛 물감이 수런수런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이래 자취를 감추었던 빛깔이 다시 번지고 있다. 마른 땅에서 새 움이 트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기만 하다. 없는 듯이 자취를 거두었다가 어느새 제철을 알아보고 물감을 푸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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