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4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2048   2022-08-06 2023-02-27 19:46
94 남도기행(南道紀行)
오작교
370   2021-11-14 2021-11-14 17:01
서울에서 감기를 묻혀와 한 열흘 호되게 앓았다. 죽을병이 아닌 한 앓을 만큼 앓아주면 추스르고 일어나는 것이 우리의 몸의 자생력이다. 회복기의 그 여리고 투명한 상념들은 스치고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살아갈 일들을 착해진 마음으로 ...  
93 침묵과 무소유(無所有)의 달
오작교
370   2021-11-14 2021-11-14 17:22
자연의 신비에 싸여 지혜롭게 살았던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달력을 만들 때 그들 둘레에 있는 풍경의 변화나 마음의 움직임을 주제로 하여 그 달의 명칭을 정했다. 그들은 외부의 현상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내면을 응시하는 눈을 잃지 않았다. 한해를 마감...  
92 소리없는 소리
오작교
371   2021-11-14 2021-11-14 16:24
누가 찾아오지만 않으면 하루 종일 가야 나는 말할 일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새삼스럽게 외롭다거나 적적함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넉넉하고 천연스러울 뿐. 홀로 있으면 비로소 내 귀가 열리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듣는다. 새소리를 듣고 바람소리...  
91 풍요한 감옥 1
오작교
372   2021-11-12 2021-11-12 21:30
찔레꽃이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뻐꾸기가 자지러지게 울 때면 날이 가문다. 어제 해질녘에는 채소밭에 샘물을 길어다 뿌려주었다. 자라 오른 상치와 아욱과 쑥갓을 뜯어만 먹기가 미안하다. 사람은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갖가지 음료수를 들이키면서, 목말...  
90 눈 고장에서 또 한번의 겨울을 나다
오작교
373   2021-11-14 2021-11-14 16:08
언젠가 아는 분이 내게 불쑥 물었다. “스님은 강원도 그 산골에서 혼자서 무슨 재미로 사세요?” 난 그때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대꾸했다. “시냇물 길어다 차 달여 마시는 재미로 살지요.” 무심히 뱉은 말이지만 이 말 속에 내 조촐...  
89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갖이하랴
오작교
373   2021-11-14 2021-11-14 16:09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낮게 깔리는 걸 보고 점심 공양 끝에 서둘러 비설거지를 했다. 오두막 둘레에 무성한 가시덤불과 잡목을 작년 가을에 쳐 놓았는데, 지난봄에 단을 묶어 말려 둔 것을 나뭇간으로 옮기는 일이다. 미적미적 미루다가 몇 차례 비를 맞힐 ...  
88 참된 여행은 방랑이다
오작교
375   2021-11-14 2021-11-14 14:19
여름에는 더위와 물 것 때문에 멀리했던 등불이 가을밤에는 정다워진다. 맑은 바람 불어오고 청랭한 기운 감돌면 풀벌레 소리 곁들여 등불을 가까이하게 된다. 호수나 시냇물도 가을이 되면 드높게 갠 하늘을 닮아서인지 보다 말고 투명해진다. 우리들의 심금...  
87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오작교
376   2021-11-14 2021-11-14 16:29
한평생 수학(數學)이 좋아서 그것만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연구하는 수학자가 있다. 그는 숫자에서 미의식(美意識) 같은 것을 느낄 정도로 그 길에는 통달한 사람이다. 연구실에서 풀리지 않던 문제가 산을 오르거나 바닷가를 산책하는 무심한 여가에 문득 풀...  
86 뜰에 해바라기가 피었네
오작교
378   2021-11-14 2021-11-14 14:07
자다가 깨어나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다가 이내 털고 일어나 이 글을 쓴다. 일어날 시간이 되지 않았더라도 일단 깨어났으면 더 뭉갤 필요가 없다. 눈이 떠졌는데도 잠자리에서 뭉그적거리면 게으른 버릇밖에 길러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 다음 고이 잠들 ...  
85 겨울 채비를하며 file
오작교
378   2021-11-14 2023-06-28 09:41
 
84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오작교
379   2021-11-14 2021-11-14 16:22
산다는 것은 비슷비슷한 되풀이만 같다. 하루 세끼 먹는 일과 자고 일어나는 동작이며 출퇴근의 규칙적인 시간관념 속에서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온다. 때로는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하면서, 혹은 후회를 하고 새로운 결심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노상 그날이 ...  
83 입하절(立夏節)의 편지
오작교
380   2021-11-14 2021-11-14 17:02
이 자리를 빌려 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언제 우표 값이 110원으로 올랐는지도 모른 채 지낼 만큼 그동안 편지와는 인연이 멀었습니다. 우편배달의 발길이 닳지 않는 그런 곳이라 띄울 일도 받을 일도 없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이 있지만 소식을 주...  
82 산천초목에 가을이 내린다
오작교
381   2021-11-14 2021-11-14 16:13
이제는 늦더위도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득거린다. 풀벌레 소리가 여물어가고 밤으로는 별빛도 한층 영롱하다. 이 골짝 저 산봉우리에서 가을 기운이 번지고 있다. 요 며칠 새 눈에 띄게 숲에는 물기가 빠져나가고 있다. 어떤 가지는 벌써부터 시름시름 ...  
81 말없는 관찰
오작교
386   2021-11-13 2021-11-13 08:27
요즘이 한창 관광철이라 산중에 있는 큰 절들은 조용할 날이 없다. 이른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조용하고 한적하기만 하던 산사(山寺)의 뜰은 흡사 장바닥이다. 항시 상중에 몸담아 살고 있는 처지에서 보면, 뭐 볼게 있다고 저리들 ...  
80 수선 다섯 뿌리
오작교
397   2021-11-14 2021-11-14 14:23
눈 속에 묻혀서 지내다가 엊그제 불일암을 다녀왔다. 남쪽에 갔더니 어느새 매화가 피어나고 있었다. 남지춘신(南枝春信)이라는 말이 있는데. 매화는 봄에 햇볕을 많이 받는 남쪽 가지에서부터 꽃을 피운다고 해서 이런 말이 생긴 것 같다. 남쪽 가지에 봄소...  
79 어느 오두막에서
오작교
399   2021-11-14 2021-11-14 14:24
올 봄에는 일이 있어 세 차례나 남쪽을 다녀왔다. 봄은 남쪽에서 꽃으로 피어난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매화가 그 좋은 향기를 나누어주더니 산수유와 진달래와 유채꽃이 눈부시게 봄기운을 내뿜고, 뒤이어 살구꽃과 복사꽃, 벚꽃이 흐드러지...  
78 추울 때는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더위가 되라
오작교
407   2021-11-13 2021-11-13 09:00
겨울이 아니라 해도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 한파로 모두의 마음이 움츠러든 이날, 동안거(冬安居) 결제일을 맞아 스님은 옛 선사의 말을 빌려 “추울 때는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더위가 되라.”고 했다. 그것이 추위와 더위를 피하는 비결이라...  
77 가난한 절이 그립다
오작교
408   2021-11-14 2021-11-14 14:25
옛 스승은 말씀하셨다. ‘도는 배우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먼저 가난해야 한다. 가진 것이 많으면 반드시 그 뜻을 잃는다. 예전의 출가 수행자는 한 벌 가사와 한 벌 바리때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려고 하지 않았다. 사는 집에 집착하지 않고, 옷이나 음식...  
76 달빛에서 향기가 나더라
오작교
409   2021-11-14 2021-11-14 14:14
초복을 고비로 장마가 개더니 밤으로는 달빛이 하도 좋아 쉬이 잠들 수가 없다. 앞산 마루 소나무 가지 사이로 떠오르는 달은 더 없이 정다운 얼굴이다. 잠옷 바람으로 뜰을 어정거리면서 달빛을 즐기다가 한기가 들면 방에 들어와 차 한 잔 마시고 겉옷을 걸...  
75 녹은 그 쇠를 먹는다
오작교
409   2021-11-14 2021-11-14 16:51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의 마음처럼 불가사의한 것이 또 있을까.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두루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는 것이 우리 마음이다. 그래서 가수들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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