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854   2022-08-06 2023-02-27 19:46
33 밤의 질서
오작교
591   2021-11-14 2021-11-14 17:47
밤거리에서 빈 차의 표시등을 켜고 지나가는 택시를 보면 괜히 반가울 때가 있다. 택시를 잡아타기에 애를 먹은 사람이면 거의 공통된 느낌일 것이다. 항상 시계의 장단점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시속(時速)에서 생의 밀도 같은 것을 의식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32 나의 과외독서
오작교
594   2022-09-26 2022-09-26 10:57
지난해 가을, 그러니까 천고마비(天高馬肥)하고 등하가친(燈下可親) 한다는 그 독서의 계절에 나는 몇몇 대학의 법회에 나간 일이 있었다. 그때마다 실례를 전제하면서, 요즘 동화를 읽고 있는 이가 있으면 손 좀 들어주겠습니까? 하고 알아보았다. 그러나 단...  
31 해제 일미(解除一味)
오작교
608   2022-03-29 2022-03-29 12:23
해제(解除) 다음 날 새벽, 첫차를 타기 위해 동구(洞口)길을 걸어 나올 때, 아, 그것은 승가에서나 느낄 수 있는 홀가분한 단신(單身)의 환희, 창공에 나는 학의 나래 같은 것. 새벽달의 전송을 받으며 걸망을 메고 호젓이 산문(山門)을 벗어나면 나그네는 저...  
30 나무아미타불
오작교
609   2021-11-14 2021-11-14 17:47
나무아미타불은 불교도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말이다. 국산영화 배우들을 비롯하여 시대소설(時代小說)을 다루는 문필업자며, 지나가는 먹물 옷을 보면 “중중 까까중……”이라고 아는 체를 하는 골목대장들까지도 익히 알...  
29 먹어서 죽는다
오작교
624   2021-11-14 2021-11-14 17:34
우리나라는, 한반도의 남쪽은 어디를 가나 온통 먹을거리의 간판들로 요란하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웬 '가든'이 그리도 많은지, 서너 집 건너 너도나도 모두가 가든뿐이다. 숯불갈비집을 가든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사철탕에다 흑염소집, 무...  
28 눈 속에 매화가 피다
오작교
626   2021-11-14 2021-11-14 17:37
이 깊은 겨울, 오두막 지붕 아래 살아 있는 생물은 나하고 한 그루 매화분(盆)뿐이다. 살아 있는 것끼리 마주보면서 이 겨울을 지내고 있다. 곁에 화분이 하나 있으니 혼자서 지내는 것 같지가 않다. 내 마음과 눈길이 수시로 가면서 보살피다 보면 지붕 밑이...  
27 스승과 제자
오작교
656   2021-11-14 2021-11-14 17:39
달포 전, 예전에 내가 살던 암자에 들러 이틀을 쉬어서 온 일이 있다. 그때 큰 절에서 행자(行者,스님이 되기 전의 수련자) 두 사람이 올라와 나더러 자기네 스승이 되어 달라고 했다. 한마디로 나는 거절했다. 행자가 계(戒)를 받고 출가 수행승이 되려면 스...  
26 조조 할인
오작교
665   2022-07-11 2022-07-11 14:04
지난 일요일, 볼일로 시내에 들어갔다가 극장 앞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장사진을 보고, 시민들은 참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낮의 뙤약볕 아래 묵묵히 서 있는 그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을 때 측은한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먼 길...  
25 살아남은 자 1
오작교
670   2021-11-14 2021-11-14 17:43
요 며칠 사이에 뜰에는 초록빛 물감이 수런수런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이래 자취를 감추었던 빛깔이 다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마른 땅에서 새 움이 트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기만하다. 없는 듯이 자취를 거두었다가 어느새 제철을 알아보고 물감을 ...  
24 아득한 母音
오작교
679   2021-11-14 2021-11-14 17:49
우리 다래헌의 아침은 연두빛입니다. 신록의 가지 끝에서 빛나는 푸름 햇살이 문을 열게 하고, 이슬에 젖은 풀꽃향 기가 숨길을 가로막습니다. 숲에서는 꾀꼬리와 까치가 울고 비둘기가 구구구구 짝을 부릅니다. 그리고 먼 곳에서 “뻐꾸욱 뻐꾸욱…” 아득히 들...  
23 일상의 심화(深化) 1
오작교
711   2022-12-08 2023-02-04 17:27
1 사람이 혼자서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자유로울 것인가. 부자유하다는 것은 무엇에 얽혀 있다는 말이고, 어디에 메어 있다는 것이다. 이와같이 사람은 본질적으로 자기 밖의 타인이나 사물과 관계되어 있다. 우리들이 산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관계 속...  
22 종점에서 조명을
오작교
723   2021-11-14 2021-11-27 10:24
인간의 일상생활은 하나의 반복이다. 어제나 오늘이나 대개 비슷비슷한 일을 되풀이하면서 살고 있다. 시들한 잡담과 약간의 호기심과 모호한 태도로써 행동하고 거지(擧止)한다. 여기에는 자기성찰 같은 것은 거의 없고 다만 주어진 여건 속에 부침하면서 살...  
21 본래 無一物 1
오작교
727   2021-11-14 2022-05-05 23:13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물건과 인연을 맺는다. 물건 없이 우리들이 일상생활은 영위될 수 없다. 인간을 가리켜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것도 물건과의 상관관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내면적인 욕구가 물건과 원만한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사람들은 느긋한 기...  
20 흙과 평면공간
오작교
733   2021-12-15 2021-12-15 12:38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이 말은 근대화에서 소외된 촌락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입에 담을 수 있는 오늘의 속담이다. 우리 동네에서 뚝섬으로 가는 나루터까지의 길도 그러한 유명에 속하는 개발도상의 길이다. 이 길은 몇 해 전만 ...  
19 자식을 위한 기도
오작교
737   2021-11-13 2021-11-13 08:34
며칠 전 뜰에 쌓인 눈을 치고 있는데 이름도 성도 모르는 40대의 두 내외가 나를 찾아왔었다. 찾아온 내력은, 자기집 아들이 이번에 대학에 진학하려는데, 어디 가서 물어 보니 절에 가서 기도를 붙이면 무난히 합격할 거라고 해서 찾아 왔다는 것이다. 피식 ...  
18 선지식
오작교
756   2022-02-10 2022-02-10 10:06
그 어떤 상황 아래서건 우리들이 살아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지식이 필요하다. 조상 대대로 물려 내려온 전답을 팔아서까지 고등교육을 받는 것도, 비싼 달러들 들여 해외 유학을 하는 것도 그러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다. 지식인이어야 인간의 대접을 받고 무...  
17 아직도 우리에겐
오작교
770   2021-11-14 2021-11-14 17:51
6월이 장미의 계절일 수만은 없다. 아직도 깊은 상혼이 아물지 않고 있는 우리에게는, 카인의 후예들이 미쳐 날뛰던 6월, 언어와 풍습과 핏줄이 같은 겨레끼리 총부리를 마주 겨누고 피를 흘리던 악의 계절에도 꽃은 피는가. 못다 핀 채 뚝뚝 져버린 젊음들이...  
16 거리의 약장수 1
오작교
781   2022-04-15 2022-04-15 21:53
거리에서 약장수가 뭐라고 떠벌리고 있다. 침을 튀기며 만병통치를 외치는 그 둘레에는 으레 어수룩한 친구들이 걸음을 멈추고 소일하고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만병통치약을 자신은 먹지 않고 거리에 내가 팔기만 할 경우, 그의 혈색과 더불어 우리는 그...  
15 아름다움 - 낯 모르는 누이들에게 1
오작교
783   2022-08-02 2022-08-05 01:37
이 글을 읽어줄 네가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슬기롭고 아름다운 소녀이기를 바라면서 글을 쓴다. 슬기롭다는 것은, 그리고 아름답다는 것은 그 사실만 가지고도 커다란 보람이기 때문이다. 일전에 사람을 만나기 위해 종로에 있는 제과점에를 들른 일...  
14 순수한 모순 1
오작교
793   2021-11-14 2022-05-05 22:58
6월을 장미의 계절이라고들 하던가. 그래 그런지 얼마 전 가까이 있는 보육원에 들렀더니 꽃가지마다 6월로 향해 발돋움을 하고 있었다. 몇 그루를 얻어다 우리 방 앞뜰에 심었다. 단조롭던 뜰에 생기가 돌았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노라면 모차르트의 청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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