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964   2022-08-06 2023-02-27 19:46
273 겨울 채비를 하다
오작교
238   2021-11-12 2021-11-12 19:55
요 몇 해 사이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 때문에 산중의 겨울 살림살이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다. 눈 고장에 눈이 제대로 내리지 않고 강추위가 잇따르면 무엇보다도 식수원인 개울이 얼어붙어 물을 구할 수 없다. 혹독한 추위일지라도 눈이 내려 쌓이면 이를 ...  
272 아궁이 앞에서
오작교
241   2021-11-12 2021-11-12 19:52
절에 들어와 내게 주어진 최초의 소임은 부목(負木)이었다. 땔감을 담당하는 나무꾼인 셈이다. 이 소임은 행자 시절 은사께서 내게 내린 출세간의 선물이기도 하다. 당신도 절에서 맨 처음 본 소임이 부목이라고 하셨다. 1950년대 통영 미륵산에 있는 미래사...  
271 물난리 속에서
오작교
243   2021-11-12 2021-11-12 19:53
올여름에도 물난리다. 지역적인 편차는 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이 땅에 물난리가 났다. 수해가 있을 때마다 관계 당국에서는 항구적인 대책을 논의하지만 수해는 항구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연의 대명사인 산천, 즉 산과 강은 사람...  
270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
오작교
245   2021-11-12 2021-11-12 19:54
요즘 고랭지에서는 가는 곳마다 감자꽃이 한창이다. 드넓은 밭에 가득가득 피어 있는 단일 작물의 꽃은 이런 고랭지 아니면 보기 드문 볼만한 풍경이다. 감자꽃은 보랏빛과 흰빛 두 가지인데 그중에도 노랑 꽃술을 머금고 있는 흰 꽃이 돋보인다. 또 여기저기...  
269 첵디은 첵
오작교
231   2021-11-12 2021-11-12 19:54
지난 초봄, 볼일이 있어 남쪽에 내려갔다가 저잣거리에서 우연히 아는 스님을 보았다. 만난 것이 아니라 본 것이다. 이 스님은 내가 불일암 시절부터 가까이 지낸 사이인데 몇 해 전 길상사를 거쳐 간 후로는 그 거처도, 소식도 전혀 들을 수 없었다. 내 마음...  
268 자신의 그릇만큼
오작교
255   2021-11-12 2021-11-12 19:55
올해는 봄이 더디다. 이곳 산중은 엊그제가 춘분인데도 아직 얼음이 풀리지 않아 잔뜩 움츠린 채 봄기운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꽃바람이 올라오면 얼음이 풀리고 새싹들이 돋아날 것이다. 어김없는 계절의 순환에 따라 바뀔 것들은 바뀔 것이다. 사...  
267 지금이 바로 그때
오작교
237   2021-11-12 2021-11-12 19:56
승가에 결제, 해제와 함께 안거 제도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결제 기간과 해제 기간은 상호 보완한다. 결제만 있고 해제가 없다면 결제는 무의미하다. 마찬가지로 해제만 지속된다면 안거 또한 있을 수 없다. 여름철 결제일인 음...  
266 얼음 깨어 차를 달이다
오작교
255   2021-11-12 2021-11-12 19:57
지난겨울 이 산중에서 온 몸과 마음으로 절절히 배우고 익힌 교훈은 한 방울 물의 귀하고 소중함이었다. 눈 고장에 눈이 내리지 않은 삭막한 겨울. 오죽했으면 태백에선가는 기설제(祈雪祭)를 다 지냈겠는가.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지내듯, 눈 고장에서는 ...  
265 겨울 자작나무
오작교
252   2021-11-12 2021-11-12 20:01
자다가 저절로 눈이 떠진다. 어김없이 새벽 한 시에서 한 시 반 사이. 이때 내 정신은 하루 중에서도 가장 맑고 투명하다. 자연은 사람의 나이를 묻지 않는다는데, 나이 들어가는 탓인지 남들이 곤히 잠든 이런 시각에 나는 곧잘 깨어 있다. 둘레는 아무 소리...  
264 청소 불공
오작교
243   2021-11-12 2021-11-12 20:44
첫눈이 내리고 나서부터 개울가에는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나무들도 그동안 걸쳤던 옷을 훨훨 벗어 버리고 알몸으로 의연히 서 있다. 말 그대로 낙목한천(落木寒天)의 계절. 오늘은 마음을 내어 대청소를 했다. 구석구석 쓸고 닦고, 여기저기 널려 있던 것들...  
263 운문사에 가면
오작교
251   2021-11-12 2021-11-12 20:45
내일모레면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인데 오늘 이 산중에는 첫눈이 내렸다 가을이 채 가기도 전에 겨울이 성급하게 다가서는가. 오늘 내린 눈으로 뜰가는 온통 단풍나무 잎으로 낙엽의 사태를 이루었다. 요 며칠 동안 청명한 가을 날씨 덕에 남쪽에 내려가 오랜...  
262 연암 박지원 선생을 기린다
오작교
258   2021-11-12 2021-11-12 20:46
밖에 나가면 편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가 있다. 어떤 편지는 그 자리에서 펼쳐 보고, 어떤 편지는 집에 가져와 차분히 읽는다. 첩첩산중 외떨어져 사는 나 같은 경우는 휴대전화가 판을 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도 편지가 유일한 통신수단이다. 받은 편...  
261 들꽃을 옮겨 심다
오작교
255   2021-11-12 2021-11-12 20:48
오늘 아침 뒤꼍에서 개망초를 꺾어다가 오지항아리에 꽂았더니 볼만하다. 아니, 볼만하다가 아니라 볼수록 아주 곱다. 개망초는 산자락이나 밭두둑 어디서나 마주치는 흔한 꽃이다. 너무 흔하기 때문에 꽃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스치고 지나면서 눈여겨...  
260 우리가 살만한 곳은 어디인가
오작교
224   2021-11-12 2021-11-12 20:50
한곳에서 12년을 살다 보니 무료해지려고 했다. 내 인생의 60대를 이 오두막에서 보낸 셈이다.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는 사람 없는 곳에서 한두 철 지내려던 것이 어느새 훌쩍 열두 해가 지났다. 돌아보면, 한 생애도 이렇듯 꿈결처럼 시냇물처럼 덧없이 흘러...  
259 좋은 말씀을 찾아
오작교
237   2021-11-12 2021-11-12 20:50
지난 4월 길상사의 법회 때였다. 법회를 마치고 나면 내 속은 청 빈다.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 쏟아 놓고 나면 발가벗은 내 몰골이 조금은 초라하게 느껴진다. 이런 때는 혼자서 나무 아래 앉아 있거나 흐르는 개울가에 앉아 개울물 소리를 듣고 싶다. 굳이 ...  
258 바라보는 기쁨
오작교
244   2021-11-12 2021-11-12 20:51
산중에 갇혀서 살다 보면 문득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국이 없는 밥상을 대했을 때처럼 뻑뻑한 그런 느낌이다. 오두막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달려가면 바다와 마주할 수 있다. 아득히 멀고 드넓은 끝없는 바다. 아무것도 거치적거릴 게 없는 훤칠한 바다....  
257 어떤 주례사
오작교
243   2021-11-12 2021-11-12 20:52
며칠 전 한 친지가 느닷없이 자기 아들 결혼식에 나더러 주례를 서 달라고 했다. 유감스럽지만 내게는 ‘주례 면허증’이 없어 해 줄 수 없다고 사양했다. 나는 내 생애에서 단 한 번 처음이면서 마지막인 주례를 3년 전 6월 어느 날 선 적이 있다....  
256 녹슬지 않는 삶
오작교
230   2021-11-12 2021-11-12 20:53
이 산중에 책과 차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싶다. 책이 있어 말벗이 되고 대로는 길을 인도하는 스승이 되어 준다. 그리고 차를 마시면서 생각을 가다듬는다. 사람은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 좋은 책을 읽고 있으면 내 영혼에 불이 켜진다. 읽는 책...  
255 개울가에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오작교
246   2021-11-12 2021-11-12 20:54
11월을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로 불렀다. 평원에 들짐승들의 자취가 뜸해지고 수그러든다. 그렇지만 모두 다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한동안 비웠다가 때가 되면 다시 채워질 것들이다. 11월이 내 둘레에서는 개울...  
254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오작교
241   2021-11-12 2021-11-12 20:55
얼마 전에 그전에 살던 암자에 가서 며칠 묵고 왔다. 밀린 빨랫거리를 가지고 가서 빨았는데, 심야전기 덕에 더운 물이 나와 차가운 개울물에서보다 일손이 훨씬 가벼웠다. 탈수기가 있어 짜는 수고도 덜어 주었다. 풀을 해서 빨랫줄에 널어 말리고 다리미로 ...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