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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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947   2022-08-06 2023-02-27 19:46
193 너무 조급히 서둔다
오작교
296   2021-11-13 2021-11-13 08:37
한 달 가까이 신문도 보지 않고 방송도 듣지 않았지만,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런 불편이나 지장이 없었다. 이따금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정리하기 위해서는 바깥에서 밀려드는 소리를 막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기본적인 사유를 이어갈 수 있다. 펼쳐보았자 ...  
192 거꾸로 보기
오작교
279   2021-11-13 2021-11-13 08:38
침묵의 숲이 잔기침을 하면서 한 꺼풀씩 깨어나고 있다. 뒤꼍 고목나무에서 먹이를 찾느라고 쪼아대는 딱따구리 소리가 자주 들리고, 산비둘기들의 구우구우거리는 소리가 서럽게 서럽게 들려오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숲을 찾아오는 저 휘파람새, 할미새가...  
191 가을편지
오작교
310   2021-11-13 2021-11-13 08:40
바깥세상 돌아가는 꼴이 재미없어 방안 일에 마음 붙이려고 도배를 했다. 이 산으로 옮겨온 후 꼭 5년 만에 다시 도배를 하게 된 것이다. 일 벌리기 머리 무거워 어지간하면 그만두려고 했다. 그런데 고서(古書)에서 생겨난 좀이 많아 한지로 바른 먹이며 천...  
190 출가記
오작교
287   2021-11-13 2021-11-13 08:41
며칠 전 줄기차게 쏟아지는 빗솔을 옷이 흠뻑 젖어 찾아온 20대의 청년을 보자 선뜻 출가 희망자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긴장된 표정과 말이 없는 그의 거동에서 ‘전과자’인 나는 그가 찾아온 까닭을 곧 감지할 수 있었다. 자기 하나의 무게를 어...  
189 뒷모습
오작교
314   2021-11-13 2021-11-13 08:43
요즘에도 그런 체벌(體罰)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들의 유년시절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거나 떠는 개구쟁이들은 곧잘 교단 앞에 불려나가 걸상을 들고 한참씩 서 있다가 들어오는 이이 있었다. 그런데 한 선생님은 유달리 칠판을 향해 돌아서 있으라는 ...  
188 차지하는 것과 바라보는 것
오작교
322   2021-11-13 2021-11-13 08:44
계절의 변화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겨울이 오면 봄도 또한 멀지 않다고 하더니, 이제 겨울의 자리에 봄이 움트려고 한다. 지난밤에도 바람기 없이 비가 내렸다. 겨우내 까칠까칠 메마른 바람만 불다가 부슬부슬 내리는 밤비 소리를 들으면 내 ...  
187 가난한 이웃을 두고
오작교
340   2021-11-13 2021-11-13 08:45
부슬비가 내리면서 숲에는 안개가 자욱이 서려 있는데, 아까부터 저 아래 골짜기에서는 이따금 인기척에 실려 땅을 파는 괭이소리가 들려왔다. 비가 내리는 이런 날에 누가 아서 무엇을 하는지 마음이 쓰여 털레털레 내려가 보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 ...  
186 시(詩)도 좀 읽읍시다
오작교
337   2021-11-13 2021-11-13 08:46
며칠 전 순천장에 갔다가 돌아오는 차안에서였다. 내 옆자리에 앉은 고등학교 3학년생이 시집(詩集)을 펼쳐들고 열심히 읽는 걸 보고, 나는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시(詩)를 읽는다는 당연한 이 사실이 새삼스레 기특하고 신기하게 여겨질 만큼, 오늘의 우...  
185 겨울숲
오작교
301   2021-11-13 2021-11-13 08:47
겨울바람에 잎이랑 열매랑 훨훨 떨쳐버리고 빈 가지만 남은 잡목숲. 가랑잎을 밟으며 석양에 이런 숲길을 거닐면, 문득 나는 내 몫의 삶을 이끌고 지금 어디쯤에 와 있는가를 헤아리게 된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려받을 수 없는 그 세...  
184 빛과 거울
오작교
324   2021-11-13 2021-11-13 08:48
오후의 입선(入禪)시간, 선실(禪室)에서 졸다가 대숲에 푸실푸실 싸락눈 내리는 소리를 듣고 혼침(昏沈-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점심공양 뒤 등 너머에서 땔나무를 한 짐 지고 왔더니 고단했던 모양이다. 입춘이 지나간 지 언제인데 아직도 바람 끝은 차고 산...  
183 이 바바람이 개이면
오작교
339   2021-11-13 2021-11-13 08:49
오늘은 비바람이 몹시 휘몰아치고 있다. 앞마루에 비가 들이치고 창문에도 이따금씩 모래를 뿌리는 듯한 소리가 난다. 섬돌 윙에 벗어놓은 신발을 들여놓으려고 밖에 나갔더니 대숲은 머리를 풀어 산발한 채 폭풍우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런 날 내 산거(山居)...  
182 물이 흐르고 꽃이 피더라
오작교
312   2021-11-13 2021-11-13 08:50
몇 아름 되는 큰 소나무 가지 위에서 새처럼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살던 스님이 있었다. 세상에서는 그를 조과 선사라 불렀다. 그때 까치가 같은 나무의 곁가지에 둥지를 틀로 살았다. 사람과 새가 길이 들어 사이좋은 친구처럼 지냈던 모양이다. 그래서 사람...  
181 텅 빈 속에서
오작교
320   2021-11-13 2021-11-13 08:52
겨울비가 내린다. 눈이 와야 할 계절에 비가 내린다. 메마른 바람소리만 듣다가 소곤소곤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니 내 마음도 촉촉이 젖어드는 것 같다. 이런 날 산방(山房)에서는 좌선이 제격이다. 덤덤히 앉아서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되니까. 선(禪)의 명제...  
180 겨울을 보내면서
오작교
310   2021-11-13 2021-11-13 08:54
엊그제 정월 보름날로 90일 간의 겨울철 안거(安居)가 끝났다. 이곳 불일암에 와서 여덟 번째로 지낸 겨울 안거다. 78년 벙어리가 된 채 묵언(黙言)으로 지내던 그 겨울과 지난겨울이 내게는 고마운 시절로 여겨진다. 지금껏 수많은 안거를 치렀지만 그때마다...  
179 법정스님의 글
오작교
329   2021-11-13 2021-11-13 08:55
불일암에서는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살았는데 새로 옮겨온 이곳에서는 늘 시냇물소리를 들어야 한다. 산 위에는 항시 바람이 지나간다. 그러나 낮은 골짜기에는 바람 대신 시냇물이 흐른다. 바람소리 물소리가 똑같은 자연의 소리인데도 받아들이는 느낌은 각...  
178 자신과 진리에 의지해 꽃을 피우라
오작교
322   2021-11-13 2021-11-13 08:57
제가 말하지 않더라도 눈부신 봄날입니다. 이런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감사하고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런 기회가 우리 생애에서 늘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가 한때이기 때문에 이런 자리에 설 때마다 고맙게 여겨지고, 언젠가는 내가 이 자리...  
177 법문 자리에는 돈 얘기 들이지 말라
오작교
273   2021-11-13 2021-11-13 08:59
새해 복 많이 받으셨습니까? 수많은 말 중에서도 하필이면 새해 인사로 복을 받으라고 하는 까닭은 우리들 삶에서 복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험난한 세상에 복이 우리를 받쳐주지 않는다면 제대로 살 수가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는 의식하지 ...  
176 추울 때는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더위가 되라
오작교
398   2021-11-13 2021-11-13 09:00
겨울이 아니라 해도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 한파로 모두의 마음이 움츠러든 이날, 동안거(冬安居) 결제일을 맞아 스님은 옛 선사의 말을 빌려 “추울 때는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더위가 되라.”고 했다. 그것이 추위와 더위를 피하는 비결이라...  
175 일기일회(一期一會)
오작교
450   2021-11-13 2021-11-13 09:03
법문을 들으러 모인 천진한 아이들처럼 코스모스와 벌개미취가 법당 앞 화단에서 서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가을날, 법회에 앞서 스님은 가까운 이들과 차를 나누는 자리에서 야운 선사의 <자경문>에 나오는 구절 “삭비지조(數飛之鳥)는 홀유이망지앙(忽...  
174 중노릇하면서 빛만 많이 졌다
오작교
305   2021-11-13 2021-11-13 09:05
음력 7월 15일 백중날이자 양력으로는 8월 15일 광복절인 이날, 새벽부터 이슬비가 뿌리고 아트막한 산들에는 연무가 어렸다. 법회가 시작될 즈음에는 비가 그치고 날이 무더워졌다. 법당 양옆에는 한여름 더위를 조소하듯 주황색 능소화가 만발했다. 법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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