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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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969   2022-08-06 2023-02-27 19:46
133 불일암의 편지
오작교
342   2021-11-14 2021-11-14 16:18
산정(山頂)에 떠오른 아침 햇살이 눈부십니다. 겨울 숲처럼 까칠한 재소리가 들려옵니다. 며칠 동안 찬바람이 숲을 울리더니 오늘은 잠잠합니다. 이곳 조계산은 단조로운 산이면서도 바람이 많습니다. 처음 이 산에 들어왔을 때는 가랑잎을 휘몰아가는 바람소...  
132 직립보행
오작교
522   2021-11-14 2021-11-14 16:19
오늘은 볼일이 좀 있어 세상 바람을 쐬고 돌아왔다. 산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래야 백사십리 밖에 있는 광주시. 늘 그러듯이 세상은 시끄러움과 먼지를 일으키며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우체국에서 볼일을 마치고, 나온 걸음에 시장에 들러 찬거리를 좀 사고...  
131 차나 마시고 가게
오작교
461   2021-11-14 2021-11-14 16:20
한겨울 산중에는 불 때고 끓여 먹고 좌성하는 일이 주된 일과다. 몽고지방에 중심을 둔 한랭한 고기압이 끈덕지게 확장하던 그 무렵, 독(獨)살이에서 흔히 빠져들기 쉬운 게으름과 타협하지 않으려고 참 혼이 났었다. 오늘처럼 눈이 내리는 날은 아무래도 방...  
130 침묵의 눈
오작교
346   2021-11-14 2021-11-14 16:20
선가(禪家)에 ‘목격전수(目擊傳授)’란 말이 있다. 입 벌려 말하지 않고 눈끼리 마주칠 때 전할 것을 전해 준다는 뜻이다. 사람기리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것도 사실은 언어 이전의 눈길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말을 설명하고 해설하고, 도 주석을 ...  
129 해도 너무들 한다
오작교
317   2021-11-14 2021-11-14 16:21
사람이 살 만치 살다가 인연이 다해 세상을 떠나게 되면 그 유일한 증거로서 차디찬 육신을 남긴다. 혼이 나가버린 육신을 가리켜 어감은 안 좋지만 시체(屍體)라고 부른다. 육신을 흔히 영혼의 집이니 그림자이니, 그럴듯하게 표현하고들 있지만 평소에는 그...  
128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오작교
376   2021-11-14 2021-11-14 16:22
산다는 것은 비슷비슷한 되풀이만 같다. 하루 세끼 먹는 일과 자고 일어나는 동작이며 출퇴근의 규칙적인 시간관념 속에서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온다. 때로는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하면서, 혹은 후회를 하고 새로운 결심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노상 그날이 ...  
127 빈 뜰
오작교
360   2021-11-14 2021-11-14 16:22
다래헌(茶來軒)에서 살던 때였다. 뜰에는 몇 그루의 장미꽃이 피어, 담담하던 내 일상에 빛과 향기를 드리워주었다. 아침 이슬을 머금고 갓 피어난 한 송이 꽃을 대했을 때, 말문이 막히고 눈과 귀가 멀려고 했었다. 지극한 아름다움 앞에서 전율을 느끼던 그...  
126 소리없는 소리
오작교
366   2021-11-14 2021-11-14 16:24
누가 찾아오지만 않으면 하루 종일 가야 나는 말할 일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새삼스럽게 외롭다거나 적적함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넉넉하고 천연스러울 뿐. 홀로 있으면 비로소 내 귀가 열리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듣는다. 새소리를 듣고 바람소리...  
125 무관심
오작교
330   2021-11-14 2021-11-14 16:25
며칠 전부터 밖에를 좀 다녀왔으면 싶은데 선뜻 엄두가 나질 않는다. 미적미적 미루는 내 게으른 성미 탓도 없지 않지만, 가고 오면서 치러야 할 그 곤욕 때문에 오늘도 주저앉고 말았다. 곤욕이란 다른 게 아니라 버스 안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음이다. 운...  
124 소창다명(小窓多明)
오작교
323   2021-11-14 2021-11-14 16:26
현대의 우리들은 제정신을 차릴 겨를이 거의 없다. 제정신을 차리려면 차분히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만한 시간이 외적(外的)인 여건으로도 잘 허락되지 않지만 우리들 스스로가 그걸 감내하지 못해 뛰쳐나가버린다. 무엇엔가 의지하지 않으면 허물...  
123 파장
오작교
327   2021-11-14 2021-11-14 16:27
시골에서 장이 서는 날은 흐뭇한 잔칫날이다. 날이 갈수록 각박해만 가는 세정(世情)임에도 장터에는 아직 인정이 남아 있다. 도시의 시장에는 차디찬 질서는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미가 없다. 시골 장터에 가면 예전부터 전해 오는 우리네의 포근한 정서와 인...  
122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오작교
357   2021-11-14 2021-11-14 16:29
한평생 수학(數學)이 좋아서 그것만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연구하는 수학자가 있다. 그는 숫자에서 미의식(美意識) 같은 것을 느낄 정도로 그 길에는 통달한 사람이다. 연구실에서 풀리지 않던 문제가 산을 오르거나 바닷가를 산책하는 무심한 여가에 문득 풀...  
121 나무ㅏ 아래에 서면
오작교
301   2021-11-14 2021-11-14 16:29
그늘을 짙게 드리우고 있는 정정한 나무 아래 서면 사람이 초라해진다. 수목(樹木)이 지니고 있는 그 질서와 겸허와 자연에의 순응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부끄러워진다. 사람은 나무한테서 배울게 참으로 많은 것 같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던 날, 가지 끝에서 ...  
120 일에서 이치를
오작교
305   2021-11-14 2021-11-14 16:30
두어 달 전에 출가 수도하겠다고 들어왔던 사람이 오늘 아침 하산(下山)을 했다. 그의 말인즉, 일이 고되어 견딜 수가 없으니 내려가야겠다는 것이다.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붙들지 말라고 했으니 굳이 만류하지 않았다. 그는 수도생활이 솔바람소리...  
119 모두가 혼자
오작교
301   2021-11-14 2021-11-14 16:30
이따금 겪는 일인데, 그때마다 뭐라 말하기 어려운 야릇한 기분에 부푼다. 시내에 나갔다가 우리 연못의 금붕어를 생각하여 비스킷 같은 걸 사들고 가게를 나설 때, 마음 한구석에 맑은 샘물이 흐른다. 세상에서는 이런 걸 가리켜 부성애(父性愛)라 하는지 모...  
118 집행하는 겁니까
오작교
366   2021-11-14 2021-11-14 16:31
“집행하는 겁니까?” 이 말은 신문을 통해서 우리들 귀에 전해진 어떤 사형수의 피맺힌 애원이다. 죽을죄를 지었으니 사형을 당해도 마땅하다고 생각해버리면 그만이지만, 어째서 그 물음이 아직까지도 내 귓속의 귀에 울리고 있는 것일까. 잠에서...  
117 쥐 이야기
오작교
326   2021-11-14 2021-11-14 16:32
산사(山寺)의 가을은 바람결에 묻어온다. 처서를 고비로 바람결은 완연히 달라진다. 아침나절까지만 해도 무덥고 끈적거리던 그 바람결이 오후가 되며 어느새 습기를 느낄 수 없도록 마른 바람으로 바뀐다. 문득 초가을의 입김을 느끼게 된다. 이 무렵 절에서...  
116 말없는 언약
오작교
335   2021-11-14 2021-11-14 16:33
세상살이가 복잡하고 각박해질수록 이름도 성도 기억하기 어려운 온갖 법률이 쏟아져 나와 우리를 얽어맨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그토록 많은 규제가 곡 있어야만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서슬이 퍼런 법률이 제정 공포되면 세상이 평온해져야 할 텐데, ...  
115 산을 그린다
오작교
306   2021-11-14 2021-11-14 16:33
요즘처럼 세상이 재미없을 때 우리가 선뜻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저만치 있는 산이다. 산에는 울창한 수목이 자라고 맑은 시냇물이 흐른다. 온갖 새와 짐승들이 천연스럽게 뛰놀고 시원한 바람도 가지 끝에서 불어온다. 맑은 햇살과 싱싱한 숲 향기, 그리고 태...  
114 최대의 공양
오작교
341   2021-11-14 2021-11-14 16:34
불타(佛陀) 석가모니는 그의 생애를 통해 두 가지 큰 공양(供養)을 받았다고 제자들에게 말한다. 80평생을 사는 동안 수없이 많은 공양을 받았을 텐데, 그중에서도 두 가지 공양이 큰 비중을 갖는 것은 그만큼 절실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것은 그가 정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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