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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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883   2022-08-06 2023-02-27 19:46
113 바람부는 세상에서
오작교
299   2021-11-14 2021-11-14 14:09
지난밤 이 산골짜기에는 거센 바람이 불어댔다.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도록 바람이 휘몰아쳤다. 아침에 일어나 나가보니 여기저기 나뭇가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창문을 가렸던 비닐이 갈기갈기 뜯겨 나가 있었다. 그리고 아궁이에 제를 쳐내는 데 쓰...  
112 우리 인성이 변해간다
오작교
299   2021-11-12 2021-11-12 21:19
인물을 주로 다루는 사진작가 한 분이 찾아와 이런 말을 남기고 간 일이 있다. 그는 대학에서 사진에 대해 강의하는 교수이기도 한데, 그때 말이 ‘한국인의 얼굴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문득 어떤 영감의 심지에 ...  
111 당신은 조연인가 주연인가
오작교
298   2021-11-14 2021-11-14 17:06
장마철에 별고들 없는지. 해마다 치르는 계절적인 일이지만 겪을 때마다 새롭게 여겨지는 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겪는 현재의 삶이 그만큼 현실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개울물이 줄어들만하면 다시 비가 내려 그 자리를 채워주고, 넘치게 되면 날이 들어 스스...  
110 식물도 알아 듣는다
오작교
298   2021-11-14 2021-11-14 16:58
난(蘭)이 한 분 나와 함께 겨울을 나고 있다. 안거에 들어가기 전 내 처지를 잘 알고 있는 도반(道伴)이, 빈 산에 홀로 지낼 것을 생각해서 말벗이라도 하라고 기왕에 있던 분에서 포기가름을 해서 안겨준 것이다. 나무와 꽃을 좋아하면서도 나는 방안에 화분...  
109 종점에서 조명을
오작교
298   2021-11-14 2021-11-14 16:40
인간의 일상생활은 하나의 반복이다. 어제나 오늘이나 대개 비슷비슷한 일을 되풀이하면서 살고 잇다. 시들한 잡담과 약간의 호기심과 애매한 태도로써 행동한다. 여기에는 자기 성찰 같은 것은 거의 없고 다만 주어진 여건 속에 부침하면서 살아가는 범속한 ...  
108 겨울을 보내면서
오작교
298   2021-11-13 2021-11-13 08:54
엊그제 정월 보름날로 90일 간의 겨울철 안거(安居)가 끝났다. 이곳 불일암에 와서 여덟 번째로 지낸 겨울 안거다. 78년 벙어리가 된 채 묵언(黙言)으로 지내던 그 겨울과 지난겨울이 내게는 고마운 시절로 여겨진다. 지금껏 수많은 안거를 치렀지만 그때마다...  
107 그대 자신이 더위가 되라
오작교
298   2021-11-13 2021-11-13 08:21
장마철이라 하루도 뻔한 날이 없이 빗줄기가 지나갑니다. 잠결에 장 밖 파초 잎에 후드득거리는 빗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산봉우리에는 연일 짙은 비구름이 감돌고 있습니다.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끈적거리는 이 삼복더위가 다 귀찮고 불필요한 것 같지만, ...  
106 섣달 그믐밤
오작교
297   2021-11-14 2021-11-14 16:59
임신년 한해가 끝나는 섣달 그믐날, 지나온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오늘밤처럼 멋지고 호사스런 그믐밤은 내 생애에서 일찍이 없었다. 이 오두막에 들어와 머문 지 꼬박 아홉 달이 되는데, 특히 이 겨울철이 내게는 고마운 시절이다. 오늘 아침도 영하 13도가 ...  
105 산을 그린다
오작교
296   2021-11-14 2021-11-14 16:33
요즘처럼 세상이 재미없을 때 우리가 선뜻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저만치 있는 산이다. 산에는 울창한 수목이 자라고 맑은 시냇물이 흐른다. 온갖 새와 짐승들이 천연스럽게 뛰놀고 시원한 바람도 가지 끝에서 불어온다. 맑은 햇살과 싱싱한 숲 향기, 그리고 태...  
104 출가(出家)
오작교
295   2021-11-14 2021-11-14 16:35
어제부터 숲에는 바람이 불고 있다. 세차게 지나는 바람소리가 해안에서 밀려오는 파도소리 같다. 숲길에는 낙엽이 흥건히 쌓여 있으리라. 잎이 져버리면 빈 가지들만 초겨울의 하늘 아래 허허로이 남을 것이다. 가지를 떠난 잎들은 어디로 향할까? 바람에 여...  
103 우리 풍물(風物)을 지키라
오작교
295   2021-11-13 2021-11-13 08:29
5.16 군사혁명이 일어난 얼마 후, 시골에서 닷새마다 한번씩 서는 장을 없애겠다는 말이 당국에 의해 거론된 적이 있었다. 그 이유인즉 시골의 장이 비능률적이고 낭비가 심하다고 해서이다. 그 때 그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혀를 찼었다. 없앨 것을 없애지, ...  
102 모두가 혼자
오작교
294   2021-11-14 2021-11-14 16:30
이따금 겪는 일인데, 그때마다 뭐라 말하기 어려운 야릇한 기분에 부푼다. 시내에 나갔다가 우리 연못의 금붕어를 생각하여 비스킷 같은 걸 사들고 가게를 나설 때, 마음 한구석에 맑은 샘물이 흐른다. 세상에서는 이런 걸 가리켜 부성애(父性愛)라 하는지 모...  
101 적게 가지라
오작교
292   2021-11-14 2021-11-14 17:17
지대가 높은 이곳 두메산골은 청랭한 대기 속에 가을 기운이 번지기 시작한다.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붉나무가 붉게 물들고 개울가에는 용담이 말쑥하게 보랏빛 꽃을 머금고 있다. 산자락에도 들국화가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오른다. 설렁설렁 불어오는 가을바...  
100 회심기
오작교
292   2021-11-14 2021-11-14 16:47
내 마음을 내 뜻대로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한도인(閑道人)이 될 것이다.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온갖 모순과 갈등 속에서 부침하는 중생이다. 우리들이 화를 내고 속상해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외부의 자극에서라기보다 마음을 걷잡을 ...  
99 시간 밖에서 살다
오작교
292   2021-11-14 2021-11-14 14:07
삼복더위에 별고 없는가. 더위에 지치지나 않았는가. 더위를 원망하지 말라. 무더운 여름이 있기 때문에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그 가을바람 속에서 이삭이 여물고 과일에 단맛이 든다. 이런 계절의 순환이 없다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제대로 삶을 ...  
98 봄나물 장에서
오작교
291   2021-11-14 2021-11-14 17:13
연일 바람이 분다. 까슬까슬한 바람이 살갗을 뚫고 뼛속에까지 스며드는 것 같다. 3월에 들어서면서 불기 시작한 이 바람은 4월이 다 가야 수그러든다고 이 고장 사람들은 말한다. 산자락을 굽이굽이 휘감아 불어오는 남도의 부드러운 그런 봄바람이 아니라, ...  
97 겨울숲
오작교
290   2021-11-13 2021-11-13 08:47
겨울바람에 잎이랑 열매랑 훨훨 떨쳐버리고 빈 가지만 남은 잡목숲. 가랑잎을 밟으며 석양에 이런 숲길을 거닐면, 문득 나는 내 몫의 삶을 이끌고 지금 어디쯤에 와 있는가를 헤아리게 된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려받을 수 없는 그 세...  
96 예(禮)와 비례(非禮)
오작교
290   2021-11-13 2021-11-13 08:15
육조 혜능 선사의 법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어떤 스님이 찾아와 절을 하는데 건성으로 머리만 숙였지 공손한 태도라고는 전혀 없었다. 형식적으로 고개만 꾸벅 했을 뿐, 인사를 드리는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겸손과 공경심이란 전혀 없는 뻣뻣한 자세...  
95 노년의 아름다움
오작교
290   2021-11-09 2021-11-09 16:29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여름철 그 무더위도 처서를 고비로 한풀 꺾여 가을에 밀려간다. 순환의 법칙, 이 우주 질서가 지속되는 한 지구는 살아 숨쉰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은 그 때가 있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하늘이 높아지고 물이 맑아져 차맛도 새롭다. 어...  
94 상면
오작교
289   2021-11-14 2021-11-14 16:55
아무개를 아느냐고 할 때 “오, 그 사람? 잘 알고말고. 나하곤 막역한 사이지. 거 학창시절엔 그렇고 그런 친군데……” 하면서 자기만큼 그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는 듯이 으스대는 사람이 간혹 있다. 그러나 남을 이해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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