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940   2022-08-06 2023-02-27 19:46
53 파블로 카잘스
오작교
248   2021-11-12 2021-11-12 21:06
지난 한 해 동안 읽은 몇 권의 책 중에서 아직도 내 마음속에 생생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은 <나의 기쁨과 슬픔, 파블로 카잘스>다. 앨버트 E. 칸이 카잘스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를 그 나름의 생동감이 넘치는 문장으로 엮어놓은 카잘스의 초상이다. 카잘스...  
52 水流花開
오작교
216   2021-11-12 2021-11-12 21:06
산 위에는 벌써 낙엽이 지고, 산 아래 양지쪽에만 물든 잎이 듬성듬성 남아 있다. 해질녘 뜰에 내리는 산그늘이 썰렁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정랑(淨廊)을 새로 짓느라고 한동안 바빴다. 변소를 절에서는 예전부터 정랑이라고 부른다. 산을 바라볼 겨를도 없...  
51 빈 방에 홀로 앉아
오작교
259   2021-11-12 2021-11-12 21:03
어제는 창을 발랐다. 바람기 없는 날 혼자서 창을 바르고 있으면 내 마음은 티 하나 없이 말고 투명하다. 무심(無心)의 경지가 어떻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새로 바른 창에 맑은 햇살이 비치니 방안이 한결 정갈하게 보인다. 가을날 오후 같은 때, 빈 방에...  
50 태풍 속에서
오작교
221   2021-11-12 2021-11-12 21:02
해마다 한두 차례씩 겪는 일이지만, 며칠 전 태풍 ‘베라’가 지나갈 때에도 비슷한 생각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농경지나 가옥의 침수와 매몰이며 막대한 재산 피해를 가져오는 그런 태풍이, 우리들의 삶에 어떤 의...  
49 책에 읽히지 마라
오작교
221   2021-11-12 2021-11-12 21:01
지나온 자취를 되돌아보니, 책 읽는 즐거움이 없었다면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싶다. ‘책에 길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독서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교훈이다. 학교 교육도 따지고 보면 책 읽은 훈련이다. 책을 읽으면서 눈이 열리고 귀가 트인다. ...  
48 임종게와 사리
오작교
228   2021-11-12 2021-11-12 21:00
한 생애를 막음하는 죽음은 엄숙하다. 저마다 홀로 맞이하는 죽음이므로 타인의 죽음을 모방하거나 흉내 낼 수 없다. 그만의 죽음이기 때문에 그만큼 엄숙하다. 일찍부터 선가에서는 ‘마지막 한마디’(이를 임종게 또는 유게라고 한다)를 남기는 ...  
47 무엇이 사람을 천하게 만드는가
오작교
242   2021-11-12 2021-11-12 21:00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위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게 있거라 너 가는 데 물어보자 막대로 흰 구름 가리키며 돌아 아니 보고 가노메라 송강 정철의 시조인데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다리 밑으로 흐르는 물에 그림자가 어리어 다리 위를 쳐다...  
46 하늘과 바람과 달을...
오작교
235   2021-11-12 2021-11-12 20:59
예전에는 시인(是認)이란 직종이 따로 없었다. 글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시를 읊고 지었다. 제대로 된 선비(그 시절의 지식인)라면 시(詩), 서(書), 화(畵)를 두루 갖추고 있었다. 그것은 보편적인 교양이었다. ‘승려 시인’이란 말도 예전에는 ...  
45 500생의 여우
오작교
240   2021-11-12 2021-11-12 20:59
산중에 짐승이 사라져 가고 있다. 노루와 토끼 본 지가 언제인가. 철 따라 찾아오던 철새들도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여느 해 같으면 지금쯤 찌르레기와 쏙독새, 휘파람새 소리가 아침저녁으로 골짜기에 메아리를 일으킬 텐데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산과 ...  
44 그림자 노동의 은혜
오작교
223   2021-11-12 2021-11-12 20:58
혼자서 먹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때로는 머리 무거운 일인데 여럿이 모여 사는 대가족의 경우는 음식 만드는 일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큰일이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가려진 곳에서 하는 일을 ‘그림자 노동’이라고도 한다. 주부들이...  
43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때가 오기 전에
오작교
211   2021-11-12 2021-11-12 20:57
어느 날 길상사에서 보살님 한 분이 나하고 마주치자 불쑥, “스님이 가진 염주 하나 주세요”라고 했다. 이틀 후 다시 나올 일이 있으니 그때 갖다 드리겠다고 했다. 이틀 후에 염주를 전했다. 그때 그 일이 며칠을 두고 내 마음을 풋풋하게 했다....  
42 차 덕는 향기
오작교
235   2021-11-12 2021-11-12 20:56
기온이 높고 습기가 많은 장마철은 차 맛이 떨어진다. 이 구석 저 구석을 정리하다가 까맣게 잊어버린 차 덖는 프라이팬을 찾아냈다. 자루에 ‘차 전용’이라고 표시까지 해 놓은 것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도 있듯이 차 덖는 기구를 본 ...  
41 베게잇을 꿰매며
오작교
220   2021-11-12 2021-11-12 20:56
베갯잇을 꿰맸다. 여름 동안 베던 죽침이 선득거려 베개를 바꾸기 위해서다. 처서를 고비로 바람결이 달라졌다. 모든 것에는 그 때가 있다. 쉬이 끝날 것 같지 않던 지겹고 무더운 여름도 이제는 슬슬 자리를 뜨려고 한다. 산자락에 마타리가 피고 싸리꽃이 ...  
40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오작교
240   2021-11-12 2021-11-12 20:55
얼마 전에 그전에 살던 암자에 가서 며칠 묵고 왔다. 밀린 빨랫거리를 가지고 가서 빨았는데, 심야전기 덕에 더운 물이 나와 차가운 개울물에서보다 일손이 훨씬 가벼웠다. 탈수기가 있어 짜는 수고도 덜어 주었다. 풀을 해서 빨랫줄에 널어 말리고 다리미로 ...  
39 개울가에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오작교
245   2021-11-12 2021-11-12 20:54
11월을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로 불렀다. 평원에 들짐승들의 자취가 뜸해지고 수그러든다. 그렇지만 모두 다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한동안 비웠다가 때가 되면 다시 채워질 것들이다. 11월이 내 둘레에서는 개울...  
38 녹슬지 않는 삶
오작교
230   2021-11-12 2021-11-12 20:53
이 산중에 책과 차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싶다. 책이 있어 말벗이 되고 대로는 길을 인도하는 스승이 되어 준다. 그리고 차를 마시면서 생각을 가다듬는다. 사람은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 좋은 책을 읽고 있으면 내 영혼에 불이 켜진다. 읽는 책...  
37 어떤 주례사
오작교
243   2021-11-12 2021-11-12 20:52
며칠 전 한 친지가 느닷없이 자기 아들 결혼식에 나더러 주례를 서 달라고 했다. 유감스럽지만 내게는 ‘주례 면허증’이 없어 해 줄 수 없다고 사양했다. 나는 내 생애에서 단 한 번 처음이면서 마지막인 주례를 3년 전 6월 어느 날 선 적이 있다....  
36 바라보는 기쁨
오작교
242   2021-11-12 2021-11-12 20:51
산중에 갇혀서 살다 보면 문득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국이 없는 밥상을 대했을 때처럼 뻑뻑한 그런 느낌이다. 오두막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달려가면 바다와 마주할 수 있다. 아득히 멀고 드넓은 끝없는 바다. 아무것도 거치적거릴 게 없는 훤칠한 바다....  
35 좋은 말씀을 찾아
오작교
236   2021-11-12 2021-11-12 20:50
지난 4월 길상사의 법회 때였다. 법회를 마치고 나면 내 속은 청 빈다.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 쏟아 놓고 나면 발가벗은 내 몰골이 조금은 초라하게 느껴진다. 이런 때는 혼자서 나무 아래 앉아 있거나 흐르는 개울가에 앉아 개울물 소리를 듣고 싶다. 굳이 ...  
34 우리가 살만한 곳은 어디인가
오작교
222   2021-11-12 2021-11-12 20:50
한곳에서 12년을 살다 보니 무료해지려고 했다. 내 인생의 60대를 이 오두막에서 보낸 셈이다.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는 사람 없는 곳에서 한두 철 지내려던 것이 어느새 훌쩍 열두 해가 지났다. 돌아보면, 한 생애도 이렇듯 꿈결처럼 시냇물처럼 덧없이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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