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962   2022-08-06 2023-02-27 19:46
273 종점에서 조명을
오작교
735   2021-11-14 2021-11-27 10:24
인간의 일상생활은 하나의 반복이다. 어제나 오늘이나 대개 비슷비슷한 일을 되풀이하면서 살고 있다. 시들한 잡담과 약간의 호기심과 모호한 태도로써 행동하고 거지(擧止)한다. 여기에는 자기성찰 같은 것은 거의 없고 다만 주어진 여건 속에 부침하면서 살...  
272 본래 無一物 1
오작교
735   2021-11-14 2022-05-05 23:13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물건과 인연을 맺는다. 물건 없이 우리들이 일상생활은 영위될 수 없다. 인간을 가리켜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것도 물건과의 상관관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내면적인 욕구가 물건과 원만한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사람들은 느긋한 기...  
271 일상의 심화(深化) 1
오작교
732   2022-12-08 2023-02-04 17:27
1 사람이 혼자서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자유로울 것인가. 부자유하다는 것은 무엇에 얽혀 있다는 말이고, 어디에 메어 있다는 것이다. 이와같이 사람은 본질적으로 자기 밖의 타인이나 사물과 관계되어 있다. 우리들이 산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관계 속...  
270 조조 할인
오작교
698   2022-07-11 2022-07-11 14:04
지난 일요일, 볼일로 시내에 들어갔다가 극장 앞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장사진을 보고, 시민들은 참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낮의 뙤약볕 아래 묵묵히 서 있는 그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을 때 측은한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먼 길...  
269 아득한 母音
오작교
686   2021-11-14 2021-11-14 17:49
우리 다래헌의 아침은 연두빛입니다. 신록의 가지 끝에서 빛나는 푸름 햇살이 문을 열게 하고, 이슬에 젖은 풀꽃향 기가 숨길을 가로막습니다. 숲에서는 꾀꼬리와 까치가 울고 비둘기가 구구구구 짝을 부릅니다. 그리고 먼 곳에서 “뻐꾸욱 뻐꾸욱…” 아득히 들...  
268 살아남은 자 1
오작교
685   2021-11-14 2021-11-14 17:43
요 며칠 사이에 뜰에는 초록빛 물감이 수런수런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이래 자취를 감추었던 빛깔이 다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마른 땅에서 새 움이 트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기만하다. 없는 듯이 자취를 거두었다가 어느새 제철을 알아보고 물감을 ...  
267 스승과 제자
오작교
674   2021-11-14 2021-11-14 17:39
달포 전, 예전에 내가 살던 암자에 들러 이틀을 쉬어서 온 일이 있다. 그때 큰 절에서 행자(行者,스님이 되기 전의 수련자) 두 사람이 올라와 나더러 자기네 스승이 되어 달라고 했다. 한마디로 나는 거절했다. 행자가 계(戒)를 받고 출가 수행승이 되려면 스...  
266 눈 속에 매화가 피다
오작교
641   2021-11-14 2021-11-14 17:37
이 깊은 겨울, 오두막 지붕 아래 살아 있는 생물은 나하고 한 그루 매화분(盆)뿐이다. 살아 있는 것끼리 마주보면서 이 겨울을 지내고 있다. 곁에 화분이 하나 있으니 혼자서 지내는 것 같지가 않다. 내 마음과 눈길이 수시로 가면서 보살피다 보면 지붕 밑이...  
265 먹어서 죽는다
오작교
636   2021-11-14 2021-11-14 17:34
우리나라는, 한반도의 남쪽은 어디를 가나 온통 먹을거리의 간판들로 요란하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웬 '가든'이 그리도 많은지, 서너 집 건너 너도나도 모두가 가든뿐이다. 숯불갈비집을 가든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사철탕에다 흑염소집, 무...  
264 나의 과외독서
오작교
622   2022-09-26 2022-09-26 10:57
지난해 가을, 그러니까 천고마비(天高馬肥)하고 등하가친(燈下可親) 한다는 그 독서의 계절에 나는 몇몇 대학의 법회에 나간 일이 있었다. 그때마다 실례를 전제하면서, 요즘 동화를 읽고 있는 이가 있으면 손 좀 들어주겠습니까? 하고 알아보았다. 그러나 단...  
263 나무아미타불
오작교
617   2021-11-14 2021-11-14 17:47
나무아미타불은 불교도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말이다. 국산영화 배우들을 비롯하여 시대소설(時代小說)을 다루는 문필업자며, 지나가는 먹물 옷을 보면 “중중 까까중……”이라고 아는 체를 하는 골목대장들까지도 익히 알...  
262 해제 일미(解除一味)
오작교
614   2022-03-29 2022-03-29 12:23
해제(解除) 다음 날 새벽, 첫차를 타기 위해 동구(洞口)길을 걸어 나올 때, 아, 그것은 승가에서나 느낄 수 있는 홀가분한 단신(單身)의 환희, 창공에 나는 학의 나래 같은 것. 새벽달의 전송을 받으며 걸망을 메고 호젓이 산문(山門)을 벗어나면 나그네는 저...  
261 밤의 질서
오작교
600   2021-11-14 2021-11-14 17:47
밤거리에서 빈 차의 표시등을 켜고 지나가는 택시를 보면 괜히 반가울 때가 있다. 택시를 잡아타기에 애를 먹은 사람이면 거의 공통된 느낌일 것이다. 항상 시계의 장단점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시속(時速)에서 생의 밀도 같은 것을 의식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260 함께 있고 싶어서
오작교
599   2021-11-14 2021-11-14 17:46
가을은 떠나는 계절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그 가을에 더욱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막혔던 사연들을 띄우고 예식장마다 만원을 사례하게 된다. 우리 절 주지 스님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이 가을에 몇 번인가 주례를 서게 될 것이다. 결...  
259 얻는 것만큼 잃는 것도 있다
오작교
593   2021-11-14 2021-11-14 17:39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날, 눈발이 휘날리는 속에 길을 나섰다. 경기도 성남 모란장까지 차로 달렸다. 모란장에서 장을 보고 한군데 더 들을 곳이 있어 가는데, 여느 때 같으면 4, 50분이면 넉넉히 갈 수 있는 거리를 무려 네 시간이나 걸려 겨우 당도할 수 있...  
258 오해
오작교
582   2021-11-14 2021-11-14 16:38
세상에서 대인관계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일이 또 있을까. 까딱 잘못하면 남의 입에 오르내려야 하고, 때로는 이쪽 생각과는 엉뚱하게 다른 오해도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웃에게 자신을 이해시키고자 일상의 우리는 한가롭지 못하다. 이해란 정말 가능한 ...  
257 새해에는 눈을 떴으면
오작교
566   2023-01-25 2023-01-25 09:23
우리들 벽에는 묵은 달력이 떼어지고 새 달력이 걸려 있다. 이렇게 또 새해가 우리 앞에 다가선 것인가. 사실은 세월이 오가는 게 아니라, 우리들 인생이 흘러가는 것이지만…. 새해가 돋았다고 해서 갑자기 우리들 생활에 어떤 이변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  
256 눈으로 하는 대화 1
오작교
557   2023-01-25 2023-02-04 17:16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의사를 전달하는 말의 기능을 새삼스레 의식하게 된다. 그러므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때 우리는 단절의 아쉬움과 벽으로 가로막힌 답답증을 느낀다. 그런데, 그 말이 더러는 장바닥의 소음으로 들려올 때가 있다. 가령, ...  
255 어떤 가풍(家風)
오작교
553   2021-11-14 2021-11-14 17:33
몇 차례 눈이 내리더니 개울가에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기온이 더 내려가면 밤 사이에 얼어붙을 염려가 있어, 개울에서 집안으로 끌어들인 물줄기를 오늘 오후에 끊었다. 새봄이 올 때까지는 개울에서 직접 물을 길어다 써야 한다. 일이 좀 많아지겠지만 이 ...  
254 책 머리에 1
오작교
549   2023-07-15 2023-07-15 14:18
양지쪽에 앉아 부엌 아궁이에서 재를 쳐내는 당글개(고무래)를 하나 만들었다. 땔감으로 지난 가을 읍내 제재소에서 구해 온 피죽 판자를 톱과 도끼만으로 똑딱거리면서 만들었다. 생활에 소용되는 이런 도구를 손수 만들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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