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4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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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2104   2022-08-06 2023-02-27 19:46
214 풍요한 감옥 1
오작교
378   2021-11-12 2021-11-12 21:30
찔레꽃이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뻐꾸기가 자지러지게 울 때면 날이 가문다. 어제 해질녘에는 채소밭에 샘물을 길어다 뿌려주었다. 자라 오른 상치와 아욱과 쑥갓을 뜯어만 먹기가 미안하다. 사람은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갖가지 음료수를 들이키면서, 목말...  
213 지혜와 사랑과 인내로
오작교
281   2021-11-12 2021-11-12 21:31
간밤 꿈에는 하늘 가득 영롱하게 빛나는 별과 은하수를 보았다. 기분 좋은 꿈은 그 자체만으로도 살아가는 기쁨이 될 수 있다. 날마다 흐리고 지척지척 비만 내리는 장마철이라 어쩌다 펼쳐지는 한 줄기 햇살에도, 혹은 후박나무 잎새로 살랑거리며 지나가는 ...  
212 10년을 돌아보며
오작교
288   2021-11-12 2021-11-12 21:31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여름 한철을 지내고 나면 심신의 진이 빠진다. 기진맥진, 그야말로 기도 진하고 맥도 진한다. 수련회다 뭐다 해서 거의 날마다, 어떤 때는 하루에도 두어 차례씩 아랫절에 오르내리느라 땀을 흘려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여름 휴가철...  
211 삶의 뿌리를 내려다 볼 때
오작교
267   2021-11-13 2021-11-13 08:13
열흘 남짓 산거(山居)를 비우고 떠돌아다니다 돌아오니 가을빛이 기울고 있었다. 집 뒤는 단풍이 들었다가 이울기 시작이고 앞산 마루에는 벌써 나목(裸木)들이 드러나 있다. 세월은 우리가 딴눈을 파는 사이에도 강물처럼 쉬지 않고 흘러간다. 채전밭에는 무...  
210 수첩을 펼치면서
오작교
284   2021-11-13 2021-11-13 08:14
해마다 연말이 되면 새해의 수첩을 사온다. 수첩 끝에 붙어 있는 방명록 난에 친지나 거래처의 이름과 주소와 전화번호를 옮겨 적는다. 그런데 이 일이 요 몇 해 사이에는 왠지 머리 무겁게 여겨져 자꾸만 미루다가 해가 바뀐 1월 중순이나 하순에 가서야 하...  
209 숲속의 이야기
오작교
275   2021-11-13 2021-11-13 08:15
아침부터 안개비가 내리고 있다 대나무들이 고개를 드리우고, 간밤에 핀 달맞이꽃도 후줄근하게 젖어 있다. 이런 날을 극성스런 쇠찌르레기(새)도 울지 않고, 꾀꼬리며 밀화부리, 뻐꾸기, 산까치, 불새, 휘파람새 소리도 뜸하다. 어제 해질녘, 비가 올 것 같...  
208 예(禮)와 비례(非禮)
오작교
309   2021-11-13 2021-11-13 08:15
육조 혜능 선사의 법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어떤 스님이 찾아와 절을 하는데 건성으로 머리만 숙였지 공손한 태도라고는 전혀 없었다. 형식적으로 고개만 꾸벅 했을 뿐, 인사를 드리는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겸손과 공경심이란 전혀 없는 뻣뻣한 자세...  
207 작은 것이 아름답다
오작교
277   2021-11-13 2021-11-13 08:16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영국의 경제학자 E. F. 슈마허의 책이름이다. 그는 이 책의 부제(副題)를 ‘인간을 중요시하는 경제학의 연구’라고 달고 있다. 이 책은 서구 근대화 사상의 줄기인 거대주의(巨大主義)와 물질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이...  
206 사람의 자리를 지켜라 1
오작교
428   2021-11-13 2021-11-14 17:04
얼마 전 큰절 원주스님이 광주로 장보러 가는 길을 구경삼아 따라가 본 일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정신없이 다니다가 맨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채소와 과일과 식료품을 파는 가게였습니다. 그대 문득 떠오른 것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을 먹고 사는구나 하...  
205 그대 자신이 더위가 되라
오작교
313   2021-11-13 2021-11-13 08:21
장마철이라 하루도 뻔한 날이 없이 빗줄기가 지나갑니다. 잠결에 장 밖 파초 잎에 후드득거리는 빗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산봉우리에는 연일 짙은 비구름이 감돌고 있습니다.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끈적거리는 이 삼복더위가 다 귀찮고 불필요한 것 같지만, ...  
204 별을 바라보면서
오작교
265   2021-11-13 2021-11-13 08:22
여름철 초저녁을 거의 뜰에서 지냈다. 방 안은 답답하고 불을 켜면 날벌레들이 날아들어 소란을 피우니까, 뜰에 돗자리를 내다 깔고 그 위에서 초저녁의 한 때를 지낼 수밖에 없었다. 방 밖에서 지낸 덕에 산마루에 떠오르는 달을 지켜보면서 어둠을 비추는 ...  
203 이삭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오작교
342   2021-11-13 2021-11-13 08:25
잘난 체 뻐기면서 남을 깔보지 말라. 어진 행동을 닦는 데는 겸양이 근본이고, 벗을 사귀는 데는 공경과 믿음이 으뜸이 된다. 너니 나니 하고 교만이 높아지면 삼악도의 고통 바다가 더욱 깊어진다. 밖으로 나타난 위의는 존귀한 듯 하지만 안은 텅 비어 썩어...  
202 말없는 관찰
오작교
387   2021-11-13 2021-11-13 08:27
요즘이 한창 관광철이라 산중에 있는 큰 절들은 조용할 날이 없다. 이른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조용하고 한적하기만 하던 산사(山寺)의 뜰은 흡사 장바닥이다. 항시 상중에 몸담아 살고 있는 처지에서 보면, 뭐 볼게 있다고 저리들 ...  
201 사유(思惟)의 뜰이 아쉽다
오작교
332   2021-11-13 2021-11-13 08:28
8년 가까이 산 위에서 살다가 산 아래 골짜기로 내려와 지내는 요즘, 문득문득 느껴지는 것은 뜰이 인간의 생활에 얼마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가이다. 밝은 햇살과 맑은 바람이 지나고, 멀리 툭 트인 시야와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  
200 우리 풍물(風物)을 지키라
오작교
321   2021-11-13 2021-11-13 08:29
5.16 군사혁명이 일어난 얼마 후, 시골에서 닷새마다 한번씩 서는 장을 없애겠다는 말이 당국에 의해 거론된 적이 있었다. 그 이유인즉 시골의 장이 비능률적이고 낭비가 심하다고 해서이다. 그 때 그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혀를 찼었다. 없앨 것을 없애지, ...  
199 채우는 일과 비우는 일
오작교
341   2021-11-13 2021-11-13 08:31
며칠 전 광주(光州)에 있는 한 산업체에서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강연을 하고 5시 10분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다. 고단하던 참이라 잠을 좀 잤으면 싶었는데,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그놈의 운동경기 중계 때문에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80년대에 들어서 ...  
198 겨울은 침묵(沈默)을 익히는 계절
오작교
372   2021-11-13 2021-11-13 08:33
겨울은 우리 모두를 뿌리로 돌아가게 하는 계절. 시끄럽고 소란스럽던 날들을 잠재우고 침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그런 계절이다. 그동안에 걸쳤던 얼마쯤의 허영과 허세와 위선의 탈을 벗어 버리고, 자신의 분수와 속 얼굴을 들여다보는, 그런 계절이기도...  
197 자식을 위한 기도
오작교
822   2021-11-13 2021-11-13 08:34
며칠 전 뜰에 쌓인 눈을 치고 있는데 이름도 성도 모르는 40대의 두 내외가 나를 찾아왔었다. 찾아온 내력은, 자기집 아들이 이번에 대학에 진학하려는데, 어디 가서 물어 보니 절에 가서 기도를 붙이면 무난히 합격할 거라고 해서 찾아 왔다는 것이다. 피식 ...  
196 스승과 제자
오작교
354   2021-11-13 2021-11-13 08:35
지난해는 불교계의 원로스님들이 많이 입적했다. 그대마다 든든하게 둘러쳐진 울타리가 무너지는 듯 한 느낌이었다. 아무 스님이 어떤 산에 계시거니 하면 그 사실만으로도 든든했고, 이따금 찬아 뵙고 가르침을 받을 때면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새로 열린 ...  
195 당신의 눈을 사랑하라
오작교
333   2021-11-13 2021-11-13 08:36
몇해 전 눈병이 나서 조직검사까지 해가면 병원을 드나들 때 막막하게 육신의 비애를 느꼈었다. 그때 생각으로는 보지 않아도 될 것을 너무 많이 보아버린 과보로 눈병을 앓는다고 여겨졌다. 눈이 나으면 이제는 시력을 아끼면서 사람으로서 꼭 볼 것만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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