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891   2022-08-06 2023-02-27 19:46
193 겨울은 침묵(沈默)을 익히는 계절
오작교
348   2021-11-13 2021-11-13 08:33
겨울은 우리 모두를 뿌리로 돌아가게 하는 계절. 시끄럽고 소란스럽던 날들을 잠재우고 침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그런 계절이다. 그동안에 걸쳤던 얼마쯤의 허영과 허세와 위선의 탈을 벗어 버리고, 자신의 분수와 속 얼굴을 들여다보는, 그런 계절이기도...  
192 파초잎에 앉아
오작교
344   2021-11-14 2021-11-14 16:02
휴가철이 되니 다시 길이 막힌다. 산과 바다를 찾아가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더위를 피해서, 또는 자신에게 주어진 여가를 보내기 위해 모처럼 일상의 집에서 떠나온 길이다. 더위를 피할 곳이 어디이기에 이처럼 동이 트기 전부터 차량의 흐름을...  
191 인형과 인간
오작교
343   2021-11-14 2021-11-14 16:50
1 내 생각의 실마리는 흔히 버스 안에서 이루어진다. 출퇴근 시간의 붐비는 시내버스 안에서 나는 삶의 밀도 같은 것을 실감한다. 선실(禪室)이나 나무 그늘에서 하는 사색은 한적하긴 하지만 어떤 고정관념에 갇혀 공허하거나 무기력해지기 쉬운데 달리는 버...  
190 섬진 윗마을의 매화
오작교
343   2021-11-14 2021-11-14 14:24
며칠 전 내린 비로, 봄비답지 않게 줄기차게 내린 비로 겨우내 얼어붙었던 골짜기의 얼음이 절반쯤 풀렸다. 다시 살아난 개울물소리와 폭포소리로 밤으로는 잠을 설친다. 엊그제는 낮에 내리던 비가 밤 동안 눈으로 바뀌어 아침에 문을 열자 온 산이 하얗게 ...  
189 인간의 가슴을 잃지 않는다면
오작교
341   2021-11-14 2021-11-14 15:58
추석을 앞두고 연일 음산한 날씨 때문에 풀을 쑤어 놓고도 미처 창문을 바르지 못했다. 가을날 새로 창을 바르면 창호에 비쳐드는 맑은 햇살로 방 안이 아늑하고 달빛도 한결 푸근하다. 이제 산중에서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서 날마다 군불을 지펴야 한다. 들...  
188 법정스님의 좋은 글
오작교
341   2021-11-09 2021-11-09 16:24
나 자신의 인간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내가 얼마나 높은 사회적 지위나 명예 또는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영혼과 얼마나 일치되어 있는가이다. 시람은 본질적으로 홀로일 수 밖에 없는 존재다. 홀로 사는 사람들은 진흙에 더럽혀...  
187 밀린 이야기
오작교
339   2021-11-14 2021-11-14 17:28
지난 가을<불일암의 사계>라는 사진집이 한 친지의 숙원으로 출간을 보게 되었다. 나는 그 사진집을 펼쳐 보면서 묘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동안 몸담아 살던 보금자리가 마치 곤충이 벗어 버린 빈 껍질처럼 생소하게 느껴졌다. 내 자신의 삶과는 전혀 상관...  
186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오작교
339   2021-11-14 2021-11-14 16:29
한평생 수학(數學)이 좋아서 그것만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연구하는 수학자가 있다. 그는 숫자에서 미의식(美意識) 같은 것을 느낄 정도로 그 길에는 통달한 사람이다. 연구실에서 풀리지 않던 문제가 산을 오르거나 바닷가를 산책하는 무심한 여가에 문득 풀...  
185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이 아닌 ㅣ달에
오작교
339   2021-11-14 2021-11-14 16:05
첫눈이 내렸다. 거추장스러운 잎들을 훨훨 떨쳐 버리고 알몸을 드러낸 나무와 숲에 겨울옷을 입혀주려고 눈이 내렸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달력에 의하면 ‘모두 다 사라진 것이 아닌 달’인 11월. 그 11월에 들어서면 나무들은 여름과 가을철에 걸...  
184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신문
오작교
338   2021-11-14 2021-11-14 17:24
지난겨울에는 눈 고장에도 눈다운 눈이 내리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연일 내리는 폭설에 갇혀서 며칠 동안 딴 세상에서 살아야 했는데, 제작년 겨울부터 그런 눈은 내리지 않는다. 겨울은 물러가고 새봄이 머뭇거리면서 다가서고 있다. '물 쓰듯 한다'...  
183 죽이지 말자, 죽게하지도 말자
오작교
337   2021-11-14 2021-11-14 17:25
내 오두막에서 듣는 바깥세상 소식은 오로지 라디오를 통해서다. 맨날 비슷비슷한 사건과 사고로 엮어지기 때문에 귀 기울여 들을 것도 없지만,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라 습관적으로 아침저녁 식탁에서 뉴스를 듣게 된다. 또 끔찍한 살인의 소식이다. ...  
182 새벽에 내리는 비
오작교
337   2021-11-14 2021-11-14 14:12
새벽에 비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머리맡에 소곤소곤 다가서는 저 부드러운 발자국 소리. 개울물 소리에 실려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살아 있는 우주의 맥박을 느낄 수 있다. 새벽에 내리는 빗소리에서 나는 우주의 호흡...  
181 옹달샘에서 물을 긷다
오작교
336   2021-11-09 2021-11-09 17:16
표고 8백에서 살다가 6백으로 내려오니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 얼마 만에 듣는 계명성(鷄鳴聲)인가. 홰를 치며 새벽을 알려 주는 수탉의 울음소리가 가히 우렁차다.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첫닭이 운다. 어떤 때는 5시에 울기도 하는데 무슨 까닭인지 알 ...  
180 거룩한 가난
오작교
335   2021-11-14 2021-11-14 17:11
새삼스런 생각이지만 불을 맨 먼저 찾아낸 사람이 누구인지 그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수인씨(燧人氏)가 됐건 프로메테우스가 됐건, 불을 발견한 것은 오늘의 인류사회를 낳게 한 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얼어붙은 겨울에 만약 불이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  
179 가을 바람이 불어오네
오작교
335   2021-11-14 2021-11-14 17:09
지난밤에는 칠월 보름 백중달이 하도 좋아 몇 차례 자다 깨다했다. 창문으로 스며들어온 달빛이 내 얼굴을 쓰다듬는 바람에 자다 말고 깨어나곤 했었다. 창문을 여니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에 맷방석만한 보름달이 휘영청 떠서 묵묵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  
178 최대의 공양
오작교
333   2021-11-14 2021-11-14 16:34
불타(佛陀) 석가모니는 그의 생애를 통해 두 가지 큰 공양(供養)을 받았다고 제자들에게 말한다. 80평생을 사는 동안 수없이 많은 공양을 받았을 텐데, 그중에서도 두 가지 공양이 큰 비중을 갖는 것은 그만큼 절실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것은 그가 정각...  
177 내 오두막의 가을걷이
오작교
332   2021-11-14 2021-11-14 16:12
내 오두막에 가을걷이도 이미 끝났다. 가을걷이래야 고추 따고 그 잎을 훑어내고 감자와 고구마를 캐고 호박을 거두어들이는 일이다. 옥수수는 다람쥐들이 벌서 추수를 해 버렸고 해바라기도 나는 꽃만 보고 씨는 다람쥐들의 차지가 되었다. 개울가에 살얼음...  
176 불일암의 편지
오작교
330   2021-11-14 2021-11-14 16:18
산정(山頂)에 떠오른 아침 햇살이 눈부십니다. 겨울 숲처럼 까칠한 재소리가 들려옵니다. 며칠 동안 찬바람이 숲을 울리더니 오늘은 잠잠합니다. 이곳 조계산은 단조로운 산이면서도 바람이 많습니다. 처음 이 산에 들어왔을 때는 가랑잎을 휘몰아가는 바람소...  
175 두 자루 촛불 아래서
오작교
330   2021-11-14 2021-11-14 14:21
며칠 전부터 연일 눈이 내린다. 장마철에 날마다 비가 내리듯 그렇게 눈이 내린다. 한밤중 천지는 숨을 죽인 듯 고요한데 창밖에서는 사분사분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따금 앞산에서 우지직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가 잠시 메아리를 이룬다. 소복소복 내려...  
174 가난한 이웃을 두고
오작교
330   2021-11-13 2021-11-13 08:45
부슬비가 내리면서 숲에는 안개가 자욱이 서려 있는데, 아까부터 저 아래 골짜기에서는 이따금 인기척에 실려 땅을 파는 괭이소리가 들려왔다. 비가 내리는 이런 날에 누가 아서 무엇을 하는지 마음이 쓰여 털레털레 내려가 보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 ...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