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891   2022-08-06 2023-02-27 19:46
153 안으로 귀 기울이기
오작교
320   2021-11-14 2021-11-14 14:22
옛글인 <허당록(虛堂錄)>에 이런 표현이 있다. 시냇물 소리는 한밤중이요, 산 빛은 해질녘이라 泉聲中夜後 山色夕陽時 시냇물 소리는 한밤중의 것이 그윽해서 들을 만하고, 산 빛은 해질녘이 되어야 볼 만하다는 뜻이다. 낮 동안은 이일 저일에 파묻히느라고 ...  
152 수선 다섯 뿌리
오작교
368   2021-11-14 2021-11-14 14:23
눈 속에 묻혀서 지내다가 엊그제 불일암을 다녀왔다. 남쪽에 갔더니 어느새 매화가 피어나고 있었다. 남지춘신(南枝春信)이라는 말이 있는데. 매화는 봄에 햇볕을 많이 받는 남쪽 가지에서부터 꽃을 피운다고 해서 이런 말이 생긴 것 같다. 남쪽 가지에 봄소...  
151 섬진 윗마을의 매화
오작교
343   2021-11-14 2021-11-14 14:24
며칠 전 내린 비로, 봄비답지 않게 줄기차게 내린 비로 겨우내 얼어붙었던 골짜기의 얼음이 절반쯤 풀렸다. 다시 살아난 개울물소리와 폭포소리로 밤으로는 잠을 설친다. 엊그제는 낮에 내리던 비가 밤 동안 눈으로 바뀌어 아침에 문을 열자 온 산이 하얗게 ...  
150 어느 오두막에서
오작교
366   2021-11-14 2021-11-14 14:24
올 봄에는 일이 있어 세 차례나 남쪽을 다녀왔다. 봄은 남쪽에서 꽃으로 피어난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매화가 그 좋은 향기를 나누어주더니 산수유와 진달래와 유채꽃이 눈부시게 봄기운을 내뿜고, 뒤이어 살구꽃과 복사꽃, 벚꽃이 흐드러지...  
149 가난한 절이 그립다
오작교
375   2021-11-14 2021-11-14 14:25
옛 스승은 말씀하셨다. ‘도는 배우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먼저 가난해야 한다. 가진 것이 많으면 반드시 그 뜻을 잃는다. 예전의 출가 수행자는 한 벌 가사와 한 벌 바리때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려고 하지 않았다. 사는 집에 집착하지 않고, 옷이나 음식...  
148 개울물에 벼루를 씻다 2
오작교
495   2021-11-14 2021-12-04 09:51
비가 내리다가 맑게 갠 날, 개울가에 앉아 흐르는 물에 벼루를 씻었다. 잔잔히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들으면서 벼루를 씻고 있으니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문득 내 안에서 은은한 묵향이 배어 나오는 것 같았다. 이렇듯 맑게 흐르는 개울물도 사...  
147 인간의 가슴을 잃지 않는다면
오작교
341   2021-11-14 2021-11-14 15:58
추석을 앞두고 연일 음산한 날씨 때문에 풀을 쑤어 놓고도 미처 창문을 바르지 못했다. 가을날 새로 창을 바르면 창호에 비쳐드는 맑은 햇살로 방 안이 아늑하고 달빛도 한결 푸근하다. 이제 산중에서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서 날마다 군불을 지펴야 한다. 들...  
146 오두막 편지
오작교
351   2021-11-14 2021-11-14 16:00
절기로 오늘이 하지(夏至)다. 여름철 안거도 어느새 절반이 되었구나. 그동안 아주 바쁘게 살았다는 생각이 어제 오늘 든다. 모처럼 산거(山居)의 한적한 시간을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젯밤에는 오랜만에 별밭에 눈길을 보내고,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  
145 파초잎에 앉아
오작교
344   2021-11-14 2021-11-14 16:02
휴가철이 되니 다시 길이 막힌다. 산과 바다를 찾아가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더위를 피해서, 또는 자신에게 주어진 여가를 보내기 위해 모처럼 일상의 집에서 떠나온 길이다. 더위를 피할 곳이 어디이기에 이처럼 동이 트기 전부터 차량의 흐름을...  
144 겨울 채비를하며 file
오작교
363   2021-11-14 2023-06-28 09:41
 
143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이 아닌 ㅣ달에
오작교
339   2021-11-14 2021-11-14 16:05
첫눈이 내렸다. 거추장스러운 잎들을 훨훨 떨쳐 버리고 알몸을 드러낸 나무와 숲에 겨울옷을 입혀주려고 눈이 내렸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달력에 의하면 ‘모두 다 사라진 것이 아닌 달’인 11월. 그 11월에 들어서면 나무들은 여름과 가을철에 걸...  
142 허균의 시비 앞에서
오작교
398   2021-11-14 2021-11-14 16:06
서쪽 창으로 비쳐드는 오후의 햇살이 아늑하고 장다운 11월, 창밖으로 가랑잎 휘몰아 가는 바람소리가 내 손등의 살갗처럼 까슬까슬하다. 숲에 빈 가지가 늘어가고 개울가에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바빠진다. 아궁이와 난로에 지필 장작을 패서 처마 밑에 들이...  
141 등잔에 기름을 채우고
오작교
352   2021-11-14 2021-11-14 16:07
허균이 엮는 <한정록(閑情錄)>에는 왕휘지에 대한 일화가 몇 가지 실려 있다. 중국 동진 때의 서예가로 그는 저 유명한 왕희지의 다섯째 아들이다. 그는 산음(山陰)에서 살았다. 밤에 큰 눈이 내렸는데 한밤중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열자 사방은 눈에 덮여 온...  
140 눈 고장에서 또 한번의 겨울을 나다
오작교
355   2021-11-14 2021-11-14 16:08
언젠가 아는 분이 내게 불쑥 물었다. “스님은 강원도 그 산골에서 혼자서 무슨 재미로 사세요?” 난 그때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대꾸했다. “시냇물 길어다 차 달여 마시는 재미로 살지요.” 무심히 뱉은 말이지만 이 말 속에 내 조촐...  
139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갖이하랴
오작교
354   2021-11-14 2021-11-14 16:09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낮게 깔리는 걸 보고 점심 공양 끝에 서둘러 비설거지를 했다. 오두막 둘레에 무성한 가시덤불과 잡목을 작년 가을에 쳐 놓았는데, 지난봄에 단을 묶어 말려 둔 것을 나뭇간으로 옮기는 일이다. 미적미적 미루다가 몇 차례 비를 맞힐 ...  
138 가을에는 차 맛이 새롭다
오작교
422   2021-11-14 2021-11-14 16:10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가을 기운에 밀려갔다. 요즘 산중의 가을 날씨는 ‘이밖에 무엇을 더 구하랴’싶게 산뜻하고 쾌적하다. 가을 날씨는 자꾸만 사람을 밖으로 불러낸다. 산자락에는 들꽃이 한창이다. 노란 좁쌀알 같은 꽃을 달고 하늘거리던...  
137 내 오두막의 가을걷이
오작교
332   2021-11-14 2021-11-14 16:12
내 오두막에 가을걷이도 이미 끝났다. 가을걷이래야 고추 따고 그 잎을 훑어내고 감자와 고구마를 캐고 호박을 거두어들이는 일이다. 옥수수는 다람쥐들이 벌서 추수를 해 버렸고 해바라기도 나는 꽃만 보고 씨는 다람쥐들의 차지가 되었다. 개울가에 살얼음...  
136 산천초목에 가을이 내린다
오작교
367   2021-11-14 2021-11-14 16:13
이제는 늦더위도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득거린다. 풀벌레 소리가 여물어가고 밤으로는 별빛도 한층 영롱하다. 이 골짝 저 산봉우리에서 가을 기운이 번지고 있다. 요 며칠 새 눈에 띄게 숲에는 물기가 빠져나가고 있다. 어떤 가지는 벌써부터 시름시름 ...  
135 숲에서 배운다
오작교
391   2021-11-14 2021-11-14 16:15
산을 떠나 6, 7년 시정(市井)의 절간에서 사는 동안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 얻은 것이라면 이 어지러운 시대의 공기를 함께 호흡하면서 세상 물정을 몸소 보고 느낀 점이었고, 잃은 것은 내 안에 지녔던 청청한 빛이 조금씩 바래져 갔던 점...  
134 부억훈(訓)
오작교
498   2021-11-14 2021-11-14 16:17
가을이 저물어가니 초암(艸庵)에도 일손이 바쁘다. 산중의 외떨어진 암자에서 모든 이릉ㄹ 혼자서 해치우려면 두 다리와 양손으로는 늘 달린다. 겨울철에 땔 나무를 미리 마련하고, 도량을 손질하고, 또 추워지기 전에 김장도 해야 할 것이다. 이래서 추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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