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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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988   2022-08-06 2023-02-27 19:46
153 설해목(雪害木)
오작교
332   2021-11-14 2021-11-14 16:39
해가 저문 어느 날, 오막살이 토굴에 사는 노승 앞에 더벅머리 학생이 하나 찾아왔다. 아버지가 써 준 편지를 꺼내면서 그는 사뭇 불안한 표정이었다. 사연인즉, 이 망나니를 학교에서고 집에서고 더 이상 손댈 수 없으니, 스님이 알아서 사람을 만들어 달라...  
152 무관심
오작교
332   2021-11-14 2021-11-14 16:25
며칠 전부터 밖에를 좀 다녀왔으면 싶은데 선뜻 엄두가 나질 않는다. 미적미적 미루는 내 게으른 성미 탓도 없지 않지만, 가고 오면서 치러야 할 그 곤욕 때문에 오늘도 주저앉고 말았다. 곤욕이란 다른 게 아니라 버스 안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음이다. 운...  
151 법정스님의 글
오작교
331   2021-11-13 2021-11-13 08:55
불일암에서는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살았는데 새로 옮겨온 이곳에서는 늘 시냇물소리를 들어야 한다. 산 위에는 항시 바람이 지나간다. 그러나 낮은 골짜기에는 바람 대신 시냇물이 흐른다. 바람소리 물소리가 똑같은 자연의 소리인데도 받아들이는 느낌은 각...  
150 다시 채소를 가꾸며
오작교
331   2021-11-09 2021-11-09 16:44
햇차가 나올 무렵이면 꾀꼬리가 운다. 올해도 어김없이 꾀꼬리 노래를 들으면서 햇차 맛을 보았다. 반가운 철새 소리를 들으며 햇차를 음미하는 것은 삶의 고마운 운치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진달래가 필 무렵에는 소쩍새가 운다. 소쩍새는 밤에만 울지 않고...  
149 꽃처럼 피어나게
오작교
330   2021-11-14 2021-11-14 17:14
요즘 내 오두막의 둘레는 돌배나무와 산매화가 활짝 문을 열어 환한 꽃을 피워대고 있다. 그리고 바위 끝 벼랑에 진달래가 뒤늦게 피어나 산의 정기를 훨훨 뿜어내고 있다. 돌배나무는 가시가 돋쳐 볼품없고 쓸모없는 나무인줄 알았더니 온몸에 하얀 꽃을 ...  
148 등잔불 아래서
오작교
330   2021-11-14 2021-11-14 17:12
겨울 안거를 마치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며칠 동안 어정거리다가 돌아왔다. 전등불이 밝은 데서는 어쩐지 몰랐는데, 다시 등잔과 촛불을 켜게 되니 이곳이 바로 내가 사는 곳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문명의 이기란 편리하다. ...  
147 생각을 씨앗으로 묻으라
오작교
329   2023-12-15 2023-12-15 10:56
서울 구의동 동부 터미널에서 영동 지방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 내 오두막으로 다시 왔다. 삶의 시작에는 늘 설렘이 따른다. 사람 그림자가 미치지 않은 텅 빈 산골짝을 찾아온 것은, 그 어디에도 매이고 싶지 않은 내 삶의 소망이다.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면서...  
146 쥐 이야기
오작교
329   2021-11-14 2021-11-14 16:32
산사(山寺)의 가을은 바람결에 묻어온다. 처서를 고비로 바람결은 완연히 달라진다. 아침나절까지만 해도 무덥고 끈적거리던 그 바람결이 오후가 되며 어느새 습기를 느낄 수 없도록 마른 바람으로 바뀐다. 문득 초가을의 입김을 느끼게 된다. 이 무렵 절에서...  
145 맑은 물을 위해 숲을 가꾸자
오작교
328   2021-11-14 2021-11-14 17:19
한참 장작을 팼더니 목이 말랐다. 개울가에 나가 물을 한바가지 떠 마셨다. 이내 갈증이 가시고 새 기운이 돌았다. 목이 마를 때 마시는 생수는 갈증을 달래줄 뿐 아니라 소모된 기운을 북돋워 준다. 이 시원한 생수를 어찌 가게에서 파는 달착지근한 청량...  
144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오작교
328   2021-11-14 2021-11-14 17:00
달력 위의 3월은 산동백이 꽃을 피우고 있지만, 내 둘레는 아직 눈 속에 묻혀 있다. 그래도 개울가에 나가보면 얼어붙은 그 얼음장 속에서 버들강아지가 보송보송한 옷을 꺼내 입고 있다. 겨울산이 적막한 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라 거기 새소리가 없어서일 것...  
143 흙과 평명공간
오작교
328   2021-11-14 2021-11-14 16:43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이 말은 근대화에서 소외된 촌락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입에 담을 수 있는 오늘의 속담이다. 우리 동네에서 뚝섬으로 가는 나루터까지의 길도 그러한 유형에 속하는 이른바 개발 도상의 길이다. ...  
142 파장
오작교
328   2021-11-14 2021-11-14 16:27
시골에서 장이 서는 날은 흐뭇한 잔칫날이다. 날이 갈수록 각박해만 가는 세정(世情)임에도 장터에는 아직 인정이 남아 있다. 도시의 시장에는 차디찬 질서는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미가 없다. 시골 장터에 가면 예전부터 전해 오는 우리네의 포근한 정서와 인...  
141 자신과 진리에 의지해 꽃을 피우라
오작교
328   2021-11-13 2021-11-13 08:57
제가 말하지 않더라도 눈부신 봄날입니다. 이런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감사하고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런 기회가 우리 생애에서 늘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가 한때이기 때문에 이런 자리에 설 때마다 고맙게 여겨지고, 언젠가는 내가 이 자리...  
140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오작교
326   2021-11-14 2021-11-14 14:12
나는 중이 되지 않았으면 목수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잇다. 일용에 쓰일 물건을 만들기 위해 연장을 가지고 똑딱거리고 있으면 아무 잡념도 없이 즐겁기만 하다. 하나 하나 형성되어 가는 그 과정이 또한 즐겁다. 며칠 전에도 아궁이의 재를 쳐...  
139 당신의 눈을 사랑하라
오작교
326   2021-11-13 2021-11-13 08:36
몇해 전 눈병이 나서 조직검사까지 해가면 병원을 드나들 때 막막하게 육신의 비애를 느꼈었다. 그때 생각으로는 보지 않아도 될 것을 너무 많이 보아버린 과보로 눈병을 앓는다고 여겨졌다. 눈이 나으면 이제는 시력을 아끼면서 사람으로서 꼭 볼 것만을 가...  
138 채우는 일과 비우는 일
오작교
326   2021-11-13 2021-11-13 08:31
며칠 전 광주(光州)에 있는 한 산업체에서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강연을 하고 5시 10분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다. 고단하던 참이라 잠을 좀 잤으면 싶었는데,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그놈의 운동경기 중계 때문에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80년대에 들어서 ...  
137 소창다명(小窓多明)
오작교
325   2021-11-14 2021-11-14 16:26
현대의 우리들은 제정신을 차릴 겨를이 거의 없다. 제정신을 차리려면 차분히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만한 시간이 외적(外的)인 여건으로도 잘 허락되지 않지만 우리들 스스로가 그걸 감내하지 못해 뛰쳐나가버린다. 무엇엔가 의지하지 않으면 허물...  
136 빛과 거울
오작교
325   2021-11-13 2021-11-13 08:48
오후의 입선(入禪)시간, 선실(禪室)에서 졸다가 대숲에 푸실푸실 싸락눈 내리는 소리를 듣고 혼침(昏沈-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점심공양 뒤 등 너머에서 땔나무를 한 짐 지고 왔더니 고단했던 모양이다. 입춘이 지나간 지 언제인데 아직도 바람 끝은 차고 산...  
135 차지하는 것과 바라보는 것
오작교
325   2021-11-13 2021-11-13 08:44
계절의 변화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겨울이 오면 봄도 또한 멀지 않다고 하더니, 이제 겨울의 자리에 봄이 움트려고 한다. 지난밤에도 바람기 없이 비가 내렸다. 겨우내 까칠까칠 메마른 바람만 불다가 부슬부슬 내리는 밤비 소리를 들으면 내 ...  
134 새벽 달빛 아래서
오작교
324   2021-11-14 2021-11-14 14:10
예불을 마치고 뜰에 나가 새벽달을 바라보았다. 중천에 떠 있는 열여드레 달이 둘레에 무수한 별들을 거느리고 있다. 잎이 져 버린 돌배나무 그림자가 수묵으로 그린 그림처럼 뜰 가에 번진다. 달빛이 그려 놓은 그림이라 나뭇가지들이 실체보다도 부드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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