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학원을 시작한 지 3년.

  

   이제 막 건반을 읽히기 시작하는 어린 꼬마들도 예쁘고, 엄청난 재능을 보이는 학생을 만나면 가슴이 뛰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수강생은 올해 예순일곱 살 되셨다는 할머니 수강생입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손녀를 데려다주며 오시던 할머니는 그녀의 외할머니처럼 보기 좋은 반백의 머리에 인자한 표정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기다리셨다가 손녀를 데리고 가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아름다웠죠.

 

   어느 날 학원이 끝날 무렵에 할머니께서 케이크를 사들고 혼자 학원에 오셨습니다. 할머니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으셨죠.

 

   "나도 이 나이에 피아노 배울 수 있을까요?"

 

   그녀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그럼요"하고 대답했습니다.

 

   수강생이 늘어났다는 것이 좋아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노년에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다는 것. 그것이 그녀의 마음을 설레게 했기 때문이죠. 할머니는 "손녀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녀가 할머니의 손녀가 된 듯 뭉클해지고 말았습니다.

 

 

할머니의 목표는 딱 세 곡을 연주하는 것이었습니다.

손녀의 생일에 생일 축하 노래를 연주하는 것.

다정했던 오빠의 추억이 남아 있는 '오빠 생각'을 연주하는 것.

그리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멋지게 부르셨던

'기다리는 마음'을 연주하는 것.

 

 

   할머니는 가족들에게도 비밀로 한 채 가장 이른 시간이나 가장 놎은 시간에 학원에 오셔서 열심히 연습을 하셨습니다.

 

   이 멋진 수강생에게 그녀는 수강료를 받지 않았고, 할머니는 매번 수강료의 몇 배는 될 법한 음식이며 선물을 가지고 오셨죠.

 

   오늘 할머니 표정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손녀의 생일이었던 어제, 할머니는 그간 연습하셨던 생일 축하곡을 연주하셨다고 했습니다. 깜짝 놀라던 가족들의 표정이 인생에서 경험한 가장 즐거운 기억이 되었다고 하셨죠.

 

   조만간 할어니는 '오빠 생각'도, '기다리는 마음'도 흡족하게 연주하실 수 있을 겁니다.

 

   세 곡의 연주가 완성되면 그녀는 할머니께 작은 연주회를 마련해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날이 곧 오겠지. 그 생각만으로도 행복하고 보람 있는 날들이었습니다.

 

 

글출처 : 저녁에 당신에게(김미라, 책읽은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