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은 생의 전쟁터. 무서운 칼과 두려운 불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어야 한 접시의 요리가 만들어진다. 삶은 한 접시의 요리 같은 것. 모험이라는 칼과 열정이라는 불을 다룰 수 있어야 후회 없는 신생이 차려질 것이다.

   그녀는 아직도 생선을 다루지 못한다. 닭 요리도 못한다. 칼을 들고 능숙하게 비늘을 긁고, 토막을 내고 다듬는 일은 아마도 다음 생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채식주의자에 가까운 그녀에게 주방은 생의 전쟁터 같다. 칼을 들고 능숙하게 온갖 재료들을 자르고 다듬어야 하며 불을 붙여 뜨겁거나 뭉근하게 익혀야 한다. 다시 태어난다면 아무 거나 잘 먹는 사람으로, 어떤 재료든 편견 없이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으로 태어나길 그녀는 진심으로 소망한다.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하니 삶이라고 다르겠는가 싶다. 뜨거운 불이 필요한 요리와 은근하게 익혀야 하는 요리가 다른 것처럼 뜨거운 열정이 필요한 순간과 온돌처럼 은은함이 필요한 순간이 따로 있을 것이다. 삶을 다루려면 모험이라는 칼도 필요하고, 열정과 무모함이라는 불도 필요하다. 그래야 후회 없는 인생이 한 상 가득 차려질 것이다.

글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쌤앤파커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