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단체로 명상을 체험하는 시간에 한 남자분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나는 기본만 하면 90%는 다 이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곁에 있던 다른 분이 “무엇을 기본이라고 하며, 어디서 어디까지를 기본이라고 할 수 있나요?” 하면서 되묻더군요.
   내가 생각하는 기본과 상대가 생각하는 기본이 각각 다르니 기본이 도대체 무엇인가를 자문해보면 참으로 막연합니다.

   “저 사람, 기본이 되어 있는 사람이야.” 또는 “저 사람, 기본이 안 되어 있어.” 이렇게 우리가 자주 쓰고 있는 말인데도, 막상 기본 앞에 서면 기본이 안 보입니다.
   내 입장에서 바라보는 기본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혀 기본으로 안 보일 수도 있고, 우리 회사에서의 기본이 다른 회사에서는 기본이 아닐 수도 있고, 우리 집안에서의 기본이 다른 집안에서는 기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며느리가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저녁에 퇴근해서 시부모님의 저녁을 차려주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하시더군요. 그러니 며느리가 바쁘다고 시부모님의 저녁상을 챙기지 못하면 기본도 안 된 며느리가 들어왔다면 불만을 내비치십니다.
   또 다른 분은 자신의 아들과 아이 낳고 직장까지 다니는 며느리에게 한 끼라도 맛있는 식사를 차려주는 것이 시어머니의 기본이라 여깁니다.
   그런 시어머니가 하루는 해외에 사는 딸 집에 놀러 갔는데 며느리가 전화해서, “어머니, 빨리 오세요. 어머니가 안 계시니 우리 내외 모두 끼니도 못 챙겨 먹고 있어요” 하고 응석을 부렸다는군요. 그래서 부랴부랴 귀국했다고 말씀하시는데, 참으로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그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아들과 오순도순 건강하게 살아주는 것이 며느리의 기본이라고 여기실 것입니다. 그런 며느리를 돕기 위해 밥상을 차려주시면서 말입니다.

   이렇게 사람마다 생각하는 기본은 모두 다른데, 우리는 자신의 틀을 타인에게 맞추어 놓고, 기본에 맞다 맞지 않다고 판단하며 삽니다.
   누구나 기본이란 말을 할 땐 그것이 모든 이에게 예외 없이 적용되는 기본적인 도리라고 생각하며 말하지만 사실 그것은 자신이 만든 틀일 뿐입니다.

각자의 생년월일이 다르듯 그들과 내가 다른 것을 
알게 되면 내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지 못해 
화내거나 갈등을 빚지 않고 조화를 이루려 하겠지요. 

기본이란 각자가 생각하는 기본이 
다 다르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기본 아닐까요?

글 출처 :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정목스님, 공감)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