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텃밭에 몇 알의 감자 같은 희망을 심는다. 고독에 강한 감자, 절망에 강한 감자, 가난에 강한 감자, 영혼의 빈곤을 견디게 하는 감자, 그런 특별한 희망을 심는다.

   안데스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에, 정복자들에게 쫓기는 안데스 인디오들이 높고 험한 고산지대로 숨어드는 장면이 있었다. 그들의 허름한 짐 꾸러미에서 몇 알의 감자가 나왔다. 그들의 미래를 책임질 식량이었다. 안데스 원주민들이 꺼낸 감자에는 가뭄에 강한 감자, 추위에 강한 감자, 벌레에 강한 감자, 수해에 강한 감자들이 뒤섞여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는 살아남아 그들을 먹여 살릴 것이다. 그 허술한 식량에 미래를 거는 안데스의 사람들에게서 강렬한 희망을 보았다.

   몇 알의 감자를 가지고도 그렇게 강렬한 믿음을 갖는데 이토록 많은 것을 가지고도 우리는 왜 불안에 등 떠밀리며 사는 것인지.

   삶의 텃밭에 몇 알의 감자 같은 희망을 심었다. 고독에 강한 감자, 정망에 강한 감자, 내 것이 아닌 것을 곁눈질하지 않도록 붙들어주는 감자, 영혼의 빈곤을 견디게 하는 감자, 우아하게 가난해질 수 있도록 견고한 마음을 갖게 하는 감자, 비교의 감옥에 갇히려 할 때 열쇠를 건네주는 감자, 잠자는 감각을 온통 흔들어 깨우는 섬세한 감자.

글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쌤앤파커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