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가는 그의 발걸음은 그다지 가볍지 않았습니다.

   형과 그를 비교하는 부모님의 노골적인 편애와 마주하게 될 것이고, 못난 남편을 둔 죄로 시댁의 눈치를 볼 아내를 보게 될 것이며, 공연히 목에 힘주고 앞에 나서는 형수를 보게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기죽지 않으려고 형편에 닿지 않는 선물을 준비하며 허세를 부리기도 했지만 그건 그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만 할 뿐이었습니다. 어느 해부턴가 차이를 인정하자는 생각을 하고 나니 조금 마음이 편해지긴 했습니다. 그래도 고향으로 가는 발걸음은 여전히 무겁기만 했습니다.

   설날 전날 밤이어서 정체가 많이 풀렸다고는 해도 역시 명절은 명절이었습니다. 그가 운전대를 잡고 열심히 달리는 동안 아내는 뒷자리에서 두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죠.

눈이 어두운 할머니가 길에서 아픈 고양이 한 마리를 주워 왔는데,
사실은 고양이가 아니라 새끼 호랑이였어.
아픈 곳을 치료해주고 정성껏 돌봐주신 할머니를 위해서
호랑이는 계속 고양이인 척하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이 호랑이에게는 아주 덩치 큰 고양이 친구가 있었어.
이 덩치 큰 고양이가 어느 날,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호랑이 사진을 보게 됐거든?
그때부터 고양이는 그 호랑이가
자기 아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대.
그래서 자신을 계속 호랑이라고 생각하면서 허세를 부리게 된 거지.  

   고양이인 척하는 호랑이와 호랑이인 척하는 고양이.

   서로 친구가 되었다는 호랑이와 고양이 이야기가 그의 마음에 날아들었습니다. 어쩌면 ‘고양이인 척하는 호랑이’는 아내가 자신을 위해 들려주는 이야기 같기도 했습니다.

   다시 정체가 풀려 운전대를 잡고 속력을 내기 시작한 그는 문득 “어른은 남들로부터 상처받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을 떠올렸습니다.

   운전대를 다부지게 잡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며 그는 생각했습니다.

호랑이인 척하는 고양이도
고양이인 척하는 호랑이도 되지 않겠다고.
나 아닌 다른 사림인 척하며 고단하게 살지 않을 것이며,
꿈꾸던 삶에 근접할 수 있도록
평정심을 유지하며 살겠다고.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오고 있는
아내와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그 누구도 아닌 그 자신이 되어 살겠다고


글출처 : 저녁에 당신에게(김미라, 책읽은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