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로 만들어진 세 가지가 있다. 흑연, 숯, 다이아몬든. 닳아 없어지며 기록을 남기는 연필심이 되어도 좋고, 나쁜 것들을 걸러주는 숯이 되는 것도 좋다. 압력을 견디며 단단해지는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다이아몬드와 연필심에 쓰이는 흑연과 숯은 모두 다 탄소로 이루어져 있다. 화학적으로는 똑같지만 다이아몬드와 흑연과 숯은 다르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탄소가 세월의 압력을 견디며 만들어진 것이다. 인조 다이아몬드 역시 흑연을 섭씨 2천 도 이상에서 10만 기압의 압력을 가해 만든다. 탄소가 다이아몬드가 되려면 압력이 필요한 것이다. 인공적 압력이든 세월의 압력이든.

   스트레스라는 이름의 압력은 꽃 피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친구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건강한 스트레스가 우리를 다이아몬드로 만들어 줄 테니.

   다이아몬드가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닳아 없어지며 무언가를 기록하는 연필심이 되어도 좋고, 잘 부서지면서도 나쁜 것들을 걸러주고 활활 타는 숯이 되어도 좋다. 다만, 어느 한 순간만은 다이아몬드가 되고 싶다. 적당한 압력을 견뎌서 맑고 투명하고 더없이 단단한 내가 되는 순간을 만나고 싶다. 사랑할 때, 그리고 내 인생의 전성기가 도래했을 때……

글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쌤앤파커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