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자리◈-김영천






◈아픔의 자리◈


-김영천




지난 밤 그 짙은 안개가


아직 도시의 곳곳에 잔설처럼 남아있습니다


더러는 녹아 질척거리어


흙탕물을 튀기기라도 하는지


끼익,


브레이크를 잡고는


문득 새벽이 다가왔습니다




누우렇게 변색한 난잎을


몇 장 따낸 자리마다


진주처럼 맺혔던 상흔 대신


또 한 송이 꽃을 피워내고는


하늘은 또 왜 저리 심중합니까




그렇다 하여도


후적후적 잰걸음으로


내 가슴을 빠져나간


길은 또 사방으로


훠언합니다




쿡쿡 목이 간질거리는지


남은 안개 몇 자락을


밭은기침으로 뱉어내고는


난향은 머흘머흘


물소리처럼 퍼져갑니다




그래서일까요


비밀처럼 은밀하게,


창밖으로는


햇살이 화안하게 밀려와 있습니다


-김영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