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 앞에서 (1) 雪花/이설영 지나간 슬픈 추억들을 모닥불 앞에 모두 포박시켜 꿇어 앉힌다 그동안 내 속을 숯검정으로 만든 마음의 죄인들을 모닥불 앞에서 차례대로 취조하려 한다 우선 힘겨운 삶의 사슬 숙명이란 이름표를 단것부터 그다음 초라한 사랑과 미련 그 다음 암 덩이 같은 미움과 원망 그리고 쓰잘 것 없는 잠념 덩이들 슬픔의 크기대로 줄을 새워놓고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태워버린다 지나간 흔적들이 이글거리며 타는 소리에 눈물 한 방울 떨구고 아쉬운 듯 슬픈 추억들이 슬며시 미소 지으며 하늘로 산화한다 이제 가슴에 남아 있는 것은 다 타고남은 재와 시간뿐! 모닥불을 스치며 지나가는 뜨거운 바람이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위로한다 그만 태우라고, 금산 옛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