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좋다 / 오광수 연분홍빛 정이 가는 눈빛을 가진 사람이 좋다 똑 부러지는 눈에 띄는 모습은 아니어도 만나면 정겹게 대하는 따스한 눈빛이 좋고 조금은 악착스럽지 못하여 언제나 뒤에 서 있어도 가만히 웃는 모습에서 소년이 되고 소녀가 되어 더 좋다 말 한마디에도 보랏빛 향내가 나는 사람이 좋다 똑 부러지게 말하는 모습은 아니어도 한 마디 한 마디 말 속에서 나오는 진실함이 좋고 처지와 형편을 헤아려서 이야기하는 모습에서는 때론 용기가 되고 위로가 되어 함께 하기에 더 좋다 아름다운 눈물을 담은 가슴을 가진 사람이 좋다 똑 부러지는 모진 마음이 아니어서 시장 좌판 할머니를 보면 어머니가 생각나서 팔아주고 떨어지는 꽃잎 하나도 안타까워 밟을세라 피해가며 가슴을 쓸어내린 손이 메말라 보이지 않아서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