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지는 밤에

청하 권대욱

목련꽃 이파리 또 떨어지고 있습니다
달빛 채워진 53병동
긴 복도 밖에도
이 밤엔 닮은 꽃 이파리
하나 또 하나 자꾸만 내려옵니다
곡우날 밤비가 그려내는 동심원처럼
여기 묵시의 장벽 넘어 켜켜이 쌓인
사월의 밤에는 너무 야위어 아파집니다
풀잠자리 날개 같은 엷은 미소 번지는
벅찬 탄생의 노래가 머물렀던
옛 시간이 그렇게 쌓여왔을 밤
달빛 쉬어가는 창백한 아차산 그림자
말 없는 바라보는 눈동자는
삶과 죽음의 교차점에서 집착 놓아두고
상념의 공백 메워줄 여명을 기다려봅니다
눈물과 웃음이 원래 하나였겠지만
하필 이 병동에서 피었다가 지는 날은
밤과 낮의 갈림길 같아
목련꽃 이파리 또 떨어지는 이 밤은
잿빛 야윈 내 그림자도 그냥 서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