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를 위한 바다의 노래

 

청하 권대욱

 

물안개 먹고 자란 멸치는
여명부터 노을까지 제 앞을 가로막았던
삶의 잔등 같은 파도를 헤치고
무엇을 위해 날아오르는지 몰랐던
별의 꿈을 따라 살아왔다
멸치는 절대 먹이를 씹지 않는다
영원히 마르지 않은 이 바다
마지막 존재들이 꼭 가야 하는 길에서는
바다를 모두 제 목구멍에 밀어 넘길 따름이다
아니다
모든 존재가 상처 없이 동화되어야
이 바다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멸치 한 마리가 제 영혼의 채색이었던
파도 닮은 하얀 뱃살
동해 닮은 푸른 등을 가진 것은
하늘과 바다에
단 한 점 부끄럼 없던 삶으로
동해의 격랑에서 수평선까지 유영하여
세상의 자양분이 되기 위함이었다
고요히 머물지 못하는 멸치는
지금도 존재의 생존을 확인하고 있다
별 하나 바라보며 가부좌 틀어 면벽을 시작하였다
이제 위대한 여정을 시작한다
세상에 또 하나의 밤을 창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