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진단 / 차영섭

          무인도에 소나무로 발아한 여린 싹이니
          항상 까다롭고
          봄 날씨처럼 변덕스럽게 꽃을 피운다
          향기가 났다가 안났다가 한다.

          모닥불이었다가 이내 얼음이 되고
          물 속 조약돌이었다가
          파도의 포말이었다가
          금새 구름이 되니 종 잡을 수 없다.

          나에게 날개를 달아주는가 싶더니
          이내 꺾어버리고
          고독하게 하고 의심하게 하고
          그리움과 기다림의 감옥에 날 가두기도 한다.

          그러나 한 켜 한 켜 꽃망울 사랑을 드러내면서
          목동의 별이 되어 나를 인도하나니
          갑부 부러울 게 없이 행복해진다.

          사랑을 하면 제3의 눈을 갖는
          구원을 받는 까닭에
          스멀거리는 모순 속에서도
          한 송이 꽃을 피우기를 바라는가 보다.